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4월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0라운드는 전북이 처한 불편한 상황이 다시금 확인된 경기였다. 후반 추가시간 강원 양현준에게 ‘극장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한 전북은 홈 2연전을 모두 내주며 3승1무6패, 승점 10으로 강등권(10위)까지 내려앉았다.
전북은 또 다른 전력 마이너스 요인까지 떠안았다.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김문환이 이날 근육 부상에서 돌아와 한 가닥 희망을 안기는가 싶었으나, 전반 22분 공격수 송민규가 상대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황급히 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송민규는 치료를 받은 뒤 피치에 서봤지만 두 팔로 ‘X’를 그리고는 다시 주저앉았다.
벤치와 동료들, 응원 거부에 나선 홈팬들조차 울상을 지었다. 그럴 만했다. 송민규는 역대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전북에서 제 몫을 해주는 몇 안 되는 공격수였다. 9라운드까지 2골·1도움으로 아마노 준(1골·2도움)과 함께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었다.
다행히 곧장 병원으로 후송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지금 전북은 아주 작은 부상조차 대수롭게 여길 수 없는 처지다.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는 요추를 다쳤고, 월드컵 영웅 조규성은 종아리 부상의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 심지어 부상 복귀자의 재이탈까지 나오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왔던 측면 공격수 이동준은 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다시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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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자랑이던 ‘승리 DNA’가 지워지고, 재활공장까지 가동을 멈춘 전북은 감정 컨트롤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제주 원정에서 김상식 감독이 판정 항의로 퇴장 당해 홈 2연전을 지휘할 수 없었는데, 이날 강원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김문환은 욕설로 레드카드, 주장 홍정호는 경고 2장을 받았다.
징계를 받은 사령탑을 대신해 홈 2연전을 이끌었던 김두현 수석코치는 “이럴수록 더 뭉쳤으면 한다”고 바랐으나, 흥분한 후배들을 먼저 다독여야 할 베테랑들이 평정심을 잃었다. ‘상실의 시대’에 가까운 2023시즌 초반 레이스를 힘겹게 이어가는 전북은 5일 FC서울과 11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대대적 변화 없이는 반전은 불가능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