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용주.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좌완투수 전용주(23)에게 2023년 5월 16일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2군에서 콜업을 받은 이날 곧장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2타자를 상대로 완벽투. 기분 좋은 삼진도 1개를 잡아내며 팀 승리를 도왔다. 신인이던 2019년 4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493일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온 기념비적 날이 됐다.
하지만 덤덤했다. 어렵게 복귀전을 치렀으나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공도 6개밖에 던지지 않아서인지 감흥을 느낄 새도 없었다.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지다 내려왔다. 그는 “지난 3년간 워낙 많은 일을 겪은 탓인지 크게 기쁘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잘 마쳤다는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을 받아 KT에 입단한 전용주는 곧바로 1군 무대에 설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좋은 투구를 하긴 어려웠다. 고교시절부터 그를 괴롭혔던 팔 상태 때문이었다. 아픈데도 참고 던진 게 화근이었다. 통증이 계속됐고, 재활과 훈련을 반복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2019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 직후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가 돌아왔으나 마찬가지였다. 통증이 지속돼 훈련하다 멈추길 반복했고, 그렇게 2022년을 보냈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지난겨울 필리핀 캠프였다. KT는 필리핀에 특별캠프를 차려 재활이 필요한 일부 선수들을 보냈다. 전용주도 필리핀으로 갔다. 따뜻한 곳에서 충실히 재활한 덕분에 통증이 사라졌고, 다시 힘차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직구 구속도 140㎞대 후반을 회복했다.
전용주는 “첫 등판은 제구가 잘 됐고, 구속도 잘 나왔다. 지난 3년간 좌절도 했지만 많이 성숙해졌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지만 부담이나 긴장감이 없었다”며 “아프지 않고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다시 출발선이다. 배워야 할 게 아직 많다. 당장은 1군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만 목표로 정해놓았다”고 밝혔다.
잠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