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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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페루와 평가전에서 얇은 뎁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력 수비수들이 대거 이탈하자 모래알 같은 모습으로 혹평을 받았다.

페루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진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센터백 중 단 한 명도 이번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김민재(나폴리)는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됐고, 김영권(울산 현대), 권경원(감바 오사카),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은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3선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백승호(전북 현대)와 정우영(알사드) 역시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했고, 손준호(산둥 타이산)는 중국 내 형사구금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공격축구’를 표방한 ‘클린스만호’로선 수비 불안이 더 시급한 불이 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민재와 김영권의 대체자로 나선 박지수(포르티모넨세)와 정승현(울산)은 전반 11분 만에 브라이언 레이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실점 당시 정승현이 수비라인을 깨고 상대 공격수와 근접전을 시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박지수도 볼 배급은 인상적이었지만, 경기 내내 상대 공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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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도 마찬가지였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파트너로 원두재(김천 상무)가 낙점을 받았지만,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볼 배급과 수비라인 보호 모두 부족했다. 실점 장면에서도 원두재가 중원에서 상대의 볼 줄기를 끊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황인범도 수비 가담이 잦아지면서 역습 상황에서 올라가지 못해 상대 진영에서 공격수들이 수적 열세에 놓이곤 했다. 최근 인종차별 이슈로 질타를 받았던 박용우(울산)가 후반 27분 부상을 입은 원두재 대신 교체로 들어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원두재의 부진은 더욱 부각됐다.

이번 대표팀은 ‘실질적인 클린스만호 1기’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선 임기 동안 김영권, 권경원, 정우영, 손준호 등 30대 베테랑들의 대체자를 찾아야해 ‘플랜B’ 수립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