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최대 501km), 대형 전기 SUV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공간을 갖춰 주목받고 있다.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기아

기아 EV9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최대 501km), 대형 전기 SUV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공간을 갖춰 주목받고 있다.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기아


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을 시승하면서 “이제 기아는 적어도 전기차에 있어서만큼은 대중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시승했던, 국내에 출시된 그 어떤 브랜드의 전기차도 이 차만큼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EV9에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이나 신기술만이 이 느낌의 전부는 아니다. 100년 역사 내연기관의 모든 장점을 뒤로하고, 전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 치밀하고 뛰어난 완성도가 EV9에 담겨있다.


●거대하고, 여유롭다

EV9을 실제로 마주하면 차체 크기에 압도당한다. 박스형 디자인이면서도 디테일한 램프 디자인이 시선을 분산시켜 멀리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EV9의 전장은 무려 5010mm, 실내 공간의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3100mm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실내 공간을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게 좋게 만들어 놓았을지 궁금해 운전을 하기에 앞서 2열과 3열을 먼저 살펴봤다.

내연기관 7인승 대형 SUV의 3열은 사실상 트렁크 공간으로 치부되거나, 아이들이나 탈 수 있는 제한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EV9은 이 공간을 성인들도 탈 수 있는 확실한 이동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심지어 3열에서도 의자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컵홀더와 USB 충전기까지 갖췄다.

2열도 기대 이상으로 넓다. 미니밴에 오르는 것처럼 여유롭고, 기아 카니발보다 넓고 고급스럽다. 2열에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리클라이닝이 되는 기능과 좌석이 앞쪽으로 이동해 3열로 편하게 탈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기아차 최초로 적용된 2열 마사지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정숙하고, 편안하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는 여전히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다. 서울 출발 기준으로 부산이나 여수, 통영까지 추가 충전 없이 여유롭게 닿을 수 있어야 불편함이 사라진다. EV9은 이 기준을 충족한다. 시승차인 EV9 4WD 어스(21인치 타이어) 모델의 복합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454km(도심 502km, 고속도로 395km)다. 추가 충전 없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시승 코스는 하남에서 부여까지 약 210km 구간이었는데 이 구간에서 기록한 공인 복합 전비(연비)는 4.1km/kWh로 공인 복합 전비 3.94.1km/kWh 보다 높았다.

기아 EV9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최대 501km), 대형 전기 SUV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공간을 갖춰 주목받고 있다.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기아

기아 EV9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최대 501km), 대형 전기 SUV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공간을 갖춰 주목받고 있다.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기아


이른바 승차감, 주행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배터리 때문에 공차중량은 2585kg로 매우 무겁지만, 무게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조용하게 치고 나간다. 또 각진 디자인을 지녔지만 에어로다이나믹에 공을 들여 풍절음도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전기차보다 우월하다. 에어서스펜션이 없는데도 이처럼 우아한 승차감을 만들어낸 비결은 후륜 셀프 레벨라이저 덕분이다.

기본형 댐퍼보다 길고 두꺼우며 진동 및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출력은 차고 넘친다. 4WD 모델의 합산 출력은 283kW(약 385마력), 최대 토크는 700Nm(약 71.4kgf·m)에 달해 거대한 기함의 몸놀림을 가볍게 해준다. 고속에서도 마치 세단을 타는 것처럼 지면을 움켜쥐며 안정적으로 달린다.

주행 모드의 별변력도 확실하다. 에코모드에서는 최대한 연비 주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속 페달 반응이 느리지만, 스포츠모드에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빠릿빠릿한 페달 반응이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스포츠 세단 수준의 펀드라이빙이 가능한 대형 SUV라니 놀라울 뿐이다. 핸들링 성능도 정교하고 피드백이 빠르다. 4륜구동 모델에는 험로 주행을 도와주는 터레인 주행 모드(오토, 스노, 머드, 샌드)까지 갖춰져 있어 오프로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부여|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