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대한민국 캡틴의 마음…손흥민에게 ‘오일머니’는 통할 수 없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세계적 특급 스타들을 쓸어 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급기야 아시아권 선수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대상은 축구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월드클래스’ 손흥민(31·토트넘)이다.

글로벌 스포츠채널 ESPN은 20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알이티하드로부터 큰 규모의 제안을 받았다”는 깜짝 뉴스를 전했다. 조건이 어마어마하다. 2025년 여름까지 토트넘과 계약된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해 이적료 6000만 유로(약 840억 원), 연봉 3000만 유로(약 420억 원)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성사 여부를 떠나 엄청난 규모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돈이 아쉽지 않은 클럽이다. 알이티하드는 2022~2023시즌 사우디리그 우승팀으로, 최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활약한 특급 공격수 카림 벤제마(프랑스)를 영입해 큰 화제를 낳았다. 첼시에 몸담은 은골로 캉테(프랑스)와도 긴밀히 협상 중이다.

페루~엘살바도르와 6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도 알이티하드의 레이더망에 올랐다. 비록 지난 시즌 안와골절 등 부상 악재에 시달리며 14골에 그쳤지만,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2021~2022시즌에는 아시아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알이티하드로 이적할 가능성은 몹시 희박하다. 지난 시즌 EPL 8위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각종 국제클럽대항전 출전이 무산된 토트넘은 리빌딩을 진행하는 동시에 핵심 자원들을 붙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해리 케인은 물론 손흥민도 ‘잔류 0순위’ 후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의 마음’이다. 억만금이 주어져도 손흥민이 지금의 위치를 포기할 리 없다. EPL, 그것도 세계의 심장부인 런던에서 활약하는 것과 돈을 제외하면 사실상 허상에 가까운 사우디에서 뛰는 것은 천양지차다.

사우디는 최근 각종 스포츠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포르투갈대표팀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를 데려왔고, 인터 마이애미(미국)로 최종 행선지를 정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게도 손짓했다. 그럼에도 지구촌의 시선은 따갑다. 중동국가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 투자 확대가 순수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 워싱’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명예를 중시하는 손흥민이 돈을 따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 기성용(34·FC서울)이 남겼던 “대한민국의 주장은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은 장소만 사우디로 바뀔 뿐, 손흥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