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공기 바꾼 정성종의 45분…롯데에는 ‘단순한 호투’ 아니었다

입력 2023-06-28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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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성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정성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가 잇단 악재로 지쳐가던 가운데 정성종(28)이 여러 의미가 담긴 역투로 팀에 희망을 안겼다.

최근 롯데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4, 5월 승승장구하다가 6월 들어 성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에이스가 호투해도 불펜의 힘이 모자라 역전당하니 기운이 계속 빠졌다.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끼리 논쟁을 벌이거나 코칭스태프 핵심 보직까지 바뀌면서 분위기 수습은 더욱 절실해졌다.

27일은 최근 일어난 모든 악재가 겹친 날이었다. 성적, 팀 분위기, 여론 등 롯데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많았다. 게다가 이날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올 시즌 돌풍을 이끌다 팔꿈치 염좌로 이탈한 나균안이 선발등판할 차례였다. 갑작스레 투수코치를 교체한 날, 퓨처스(2군)팀에서 콜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대체선발이 나균안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던 만큼 걱정이 컸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공기가 바뀌는 데는 45분이면 충분했다. 정성종은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4이닝 무실점 역투로 자신의 데뷔 첫 선발등판을 완성했다. 빠른 템포의 승부가 돋보였다. 안타와 4사구 2개씩을 허용한 것이 전부였다.

롯데에는 비단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투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에 앞서 롯데는 롱릴리프 여럿을 중심으로 한 마운드 운영을 꾀했는데, 그 중 핵심으로 평가받던 서준원이 방출되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즌에 돌입해선 선발진이 잇달아 부진해 불펜에 하중이 쏠렸고, 이 때부터 쌓인 체력부담이 터져버린 지금 정성종의 호투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향후 보직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추가됐다는 것 자체로 롯데에는 고무적이다. 더욱이 9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나균안, 박세웅의 빈자리를 채울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정성종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정성종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해 양상문 전 감독 시절부터 적잖이 기대를 받는 투수다. 고교 시절 야수로 뛰다 대학에서 투수로 전향해 싱싱한 어깨는 물론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도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에도 직구 평균구속은 145.8㎞로 팔꿈치를 다친 이민석(151㎞)을 제외하면 현재 롯데 투수들 중 김원중(146.1㎞) 다음으로 빠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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