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성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최근 롯데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4, 5월 승승장구하다가 6월 들어 성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에이스가 호투해도 불펜의 힘이 모자라 역전당하니 기운이 계속 빠졌다.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끼리 논쟁을 벌이거나 코칭스태프 핵심 보직까지 바뀌면서 분위기 수습은 더욱 절실해졌다.
27일은 최근 일어난 모든 악재가 겹친 날이었다. 성적, 팀 분위기, 여론 등 롯데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많았다. 게다가 이날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올 시즌 돌풍을 이끌다 팔꿈치 염좌로 이탈한 나균안이 선발등판할 차례였다. 갑작스레 투수코치를 교체한 날, 퓨처스(2군)팀에서 콜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대체선발이 나균안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던 만큼 걱정이 컸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공기가 바뀌는 데는 45분이면 충분했다. 정성종은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4이닝 무실점 역투로 자신의 데뷔 첫 선발등판을 완성했다. 빠른 템포의 승부가 돋보였다. 안타와 4사구 2개씩을 허용한 것이 전부였다.
롯데에는 비단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투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에 앞서 롯데는 롱릴리프 여럿을 중심으로 한 마운드 운영을 꾀했는데, 그 중 핵심으로 평가받던 서준원이 방출되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즌에 돌입해선 선발진이 잇달아 부진해 불펜에 하중이 쏠렸고, 이 때부터 쌓인 체력부담이 터져버린 지금 정성종의 호투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향후 보직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추가됐다는 것 자체로 롯데에는 고무적이다. 더욱이 9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나균안, 박세웅의 빈자리를 채울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정성종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정성종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해 양상문 전 감독 시절부터 적잖이 기대를 받는 투수다. 고교 시절 야수로 뛰다 대학에서 투수로 전향해 싱싱한 어깨는 물론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도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에도 직구 평균구속은 145.8㎞로 팔꿈치를 다친 이민석(151㎞)을 제외하면 현재 롯데 투수들 중 김원중(146.1㎞) 다음으로 빠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