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이 좋았고, 내용도 대략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객석에 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국가의 이념이 시조라니. 시조라면 학교에서 배운 서너 편 정도가 전부다. 한 세트로 볼 수 있는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와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를 제외하면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 정도가 떠오른다.
시조는 원래 노래의 가사다. 당연히 시조를 부르는 전문가들이 있다. 들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느짓한 장단에 귀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듣다보면 이거야말로 조선판 ASMR이 아닌가 싶어진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아마도 시조와 스웩(swag)의 조합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끝 손톱만한 겨자씨가 물과 햇빛을 먹고 자라 큰 나무가 되듯, 작은 아이디어는 무럭무럭 커 대극장 뮤지컬로 멋지게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거대 권력 vs 탄압 받는 백성들을 구원하려는 문화 레지스탕스 간의 심각한 대결로 볼 수도 있을 테지만, 굳이 그렇게까지야.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관객은 관객대로 객석에서 ‘스웩’하며 무대를 즐기면 그만이다.
국악의 선율과 장단을 끼워 넣은 음악은 비슷한 콘셉트의 안무와 찰지게 붙는다. 국악기가 힙합, EDM과 이렇게까지 어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단’을 맡은 박정혁이 눈에 들어왔다. 1막보다는 2막이 더 좋았는데, 연기보다는 극 자체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려 막판에 확 불을 싸질러버리는데, 대보름 밤 달집을 태우는 쾌감마저 든다. 1막에서 몇 차례 음이 이탈해 불안했지만 2막에서는 포커스가 딱 맞아 시원했다. 안무는 아이돌급이다.

‘십주’ 역의 이경수 역시 무대에서는 처음 보았다. 연기가 묵직해 시끌벅적한 극에 무게 추를 달아 주었다. 백골단 배우들의 기량도 나무랄 데가 없다.
거대 권력의 핵인 ‘홍국’ 임현수는 나도 인정하는 배우. 소리가 후련해 넘버 듣는 맛이 좋다. 이 작품에서 보니 코믹한 부분도 잘 어울렸다.
‘진’의 이아진은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는 배우. 노래도 좋지만 연기 쪽이 많이 흥미로운 배우다. 사이즈가 작아 보이는 대신 오밀조밀 디테일을 잘 살려 흡입력이 세다.

한 눈에도 마니아층이 두터울 작품이다. 웅장한 합창곡 ‘시조의 나라’도 좋지만 박정혁과 십주의 이중창 ‘새로운 세상’이 마음에 조금 더 안겼다.
여운의 길이보다는 각인의 깊이가 더 크게 와 닿는 뮤지컬. 다른 캐스팅(예를 들어 양희준의 ‘단’과 김수하의 ‘진’)도 무척 궁금해,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볼 참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PL 엔터테인먼트
※ 일일공프로젝트는 ‘일주일에 한 편은 공연을 보자’는 대국민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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