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민. 스포츠동아DB
축구선수라면 모두가 동경하는 대표팀 승선의 꿈을 이순민은 이뤘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지 못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광주와 함께 꾸준히 성장한 덕분이다.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 원정경기가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 예상을 뒤엎고 광주의 2-0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이순민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통하는 이정효 광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중앙수비수와 풀백을 오가며 주민규와 마틴 아담을 앞세운 울산의 공세를 차단했다. 심지어 풀백으로도 좌우 스위치에 나섰다. 본래 중앙미드필더로 3선을 책임지는 사실을 고려하면 몹시도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현대축구에서 ‘후방 프리롤’의 가치는 훨씬 높다.
‘위로(wero)’라는 예명의 래퍼, ‘노래하는 축구선수’로도 잘 알려진 이순민은 “꿈을 꾸면서 열심히 현실을 살았더니 우리가 이룬 현실이 다른 꿈, 더욱 큰 꿈을 꾸게 만든다. 우리 자신의 선입관을 깨고 있다. ‘할 수 있다, 더 올라갈 수 있다, 꿈을 더 가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실제로 광주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이다. 시즌 내내 한결같은 컬러를 고수해왔다. 많은 볼 소유를 기반으로 직선적이고 도전적인 축구를 펼치며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29라운드까지 12승9무8패, 승점 45로 3위다.
이순민.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놀랍게도 광주는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팀들을 모조리 꺾어봤다. 3월 인천 유나이티드를 5-0으로 대파했고, 6월 포항 스틸러스를 4-2로 누른 데 이어 전북 현대마저 2-0으로 제압했다. 이번 울산 원정에서 방점을 찍었다.
“광주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이 감독의 이야기에 이순민 또한 “우리도 한계를 모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지만, 위대한 팀에서 좋은 선수는 존재한다. 이순민이 그런 사례다.
‘공격축구를 위한 수비’에 익숙한 이순민은 대표팀에도 유용하다. 마침 클린스만 감독이 전방에 무게를 싣는 만큼 대표팀은 뒷문 부담이 큰 편이다. 이순민은 “내 역할을 빨리 찾아내겠다. 팀 전술에 맞게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A매치 데뷔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