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선두 LG와 2위 KT가 격돌한 수원KT위즈파크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4회초 LG 공격을 앞두고 내린 비로 경기는 1시간44분이나 중단됐다. 비가 그치자 그라운드를 정비하고 있는 구장 관계자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KT 위즈전은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1위 LG와 2위 KT의 맞대결이라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는 이야기도 적잖이 나왔다. 이날 맞대결 전까지 양 팀의 격차는 5.5경기. 서로 30경기 안팎을 남겨두고 있어 양 팀 사령탑은 이번 3연전 맞대결을 당장 승부처로 판단하진 않았지만, 크게 따돌리거나 바짝 뒤쫓거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 일전인 것은 분명했다.
이번 맞대결의 무게감은 여느 정규시즌 경기와 달랐다. 상대의 선발로테이션을 예상하다가 뼈 있는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한 주 동안 우천취소가 2차례나 돼 선발로테이션을 손봐야 했는데, 공교롭게 이날부터 1~3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고영표가 차례로 나서게 됐다. 이 감독은 “순리를 따른 결과”라며 “오해가 생길 순 있겠지만, LG전을 의식한 결과는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염경엽 LG 감독은 “충분히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웃음). 우리에게 강했던 벤자민이 나올 줄 예상은 했어도, 마치 의도한 것처럼 선발로테이션이 짜여진 듯하다”고 말했다. 벤자민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4전승, 평균자책점(ERA) 0.71로 무척 강했다.

3회말 무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린 KT 황재균이 이닝 종료 후 이강철 감독의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황재균은 이날 안타로 개인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뚜껑이 열리자 두 팀은 서로를 은근히 경계한 것 이상으로 첨예하게 맞붙었다. 선발로테이션에 시선이 쏠린 만큼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 같았지만, 도리어 두 팀 모두 철저히 대비한 듯 꽤 날카로운 공격을 뽐냈다. LG가 2회초 문보경의 선제 솔로홈런을 비롯해 2점을 뽑자, KT는 2회말 박병호의 중월 솔로홈런으로 응수했다. LG가 3회초 희생플라이 등으로 2점을 더 짜내자, KT는 3회말 황재균의 1타점 적시타로 다시 거리를 좁혔다.
그러나 잠시 김이 샜다. 난데없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수원KT위즈파크를 강타했다. 4회초 공수 교대가 채 완료되기 전인 오후 7시44분 우천중단이 선언됐고, 거세게 내리친 폭풍우로 그라운드 정비에만 1시간 이상이 필요했다. 오후 9시28분 경기는 재개됐지만, 그동안 어깨가 식은 쿠에바스는 물론 LG 선발 최원태도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3회말 적시타로 KBO리그 역대 18번째 개인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황재균은 이 감독에게 꽃다발까지 받았는데, 하마터면 추후 다시 축하받아야 하는 ‘웃픈’ 해프닝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수원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