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엄민용 저 | EBS BOOKS)

초대형 스테디셀러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의 엄민용 작가가 우리말의 ‘끝판왕’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도 더 세졌다.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엄민용 작가의 현재 공식 직함은 ‘스포츠경향 편집국장’이다. 하지만 그는 ‘기자’보다는 ‘우리말 달인’으로 더 유명하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일상어를 쉽게 풀이한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가 인기를 끈 덕이다. 이들 책은 우리말글 관련 도서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도합 30쇄 넘게 팔렸다.

한국어문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그동안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중학교 국어 교과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물에 나타난 우리말 오류 사례를 지적하는 등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어문상 대상을 2회 수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글맞춤법과 글쓰기를 교육하는 등 ‘기자를 가르치는 기자’로도 유명하다.

말과 글은 생명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탄생과 성장과 소멸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고, 기존의 의미가 확대되기도 한다. 말과 글은 생명 활동을 멈추지 않으면서 수시로 꼴을 바꾼다. 문법도 변한다.

문제가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우리말 관련 책들 중에는 짧게는 수년 전, 길게는 20~30년 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설상가상 국립국어원에서도 인정한 어휘나 표현을 잘못됐다고 ‘거짓 정보’를 알려 주는 것도 적지 않다.

“‘우리들’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는 ‘들’을 붙일 수 없다”, “우리말에서는 수동태를 쓰지 말아야 한다”, “‘에서의’의 ‘의’는 일본식 말버릇이다”, “‘~화되다’는 ‘~화하다’로 써야 한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견해다. 국립국어원은 ‘~에 대한’, ‘~를 통해’, ‘~에 있어서’ 등을 번역투로 볼 근거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복수표준어로 인정되거나 새로이 표준어로 인정받는 말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많은 책과 블로그 등 온라인상의 글에는 여전히 옛 표기에 얽매인 내용이 넘쳐난다.

엄민용 작가가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를 절판케 하고 새로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를 펴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잘못된 우리말 정보가 반복 재생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다.

‘어휘 편’과 ‘문법 편’으로 나눠진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말 전문가들이 주장한 내용 가운데 국립국어원이 견해를 달리하는 것들을 모아 무엇이 옳은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말의 주인은 그 말을 쓰는 일반 언중이지 우리말 전문가들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많이 쓰면 표준어 기준도 변하고 문법도 바뀌게 마련인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반 언중의 쓰임과 괴리된 주장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주장의 근거를 철저히 국립국어원의 공식 견해에서 찾는다. 그의 주장은 신뢰성이 높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읽는 재미’다. 엄민용 작가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우리말 지식을 재미난 일화와 용례로 쉽게 전달하는 능력에 있어 부동의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낱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문익점은 목화씨를 붓뚜껑에 담아 오지 않았다’,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지 않았다’, ‘도루묵은 선조 임금과 관계없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등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상식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이 덕에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우리말 문법 공부마저 재미난 읽을거리로 다가온다. 문장 자체를 부드러운 경어체로 써서 술술 읽히기도 한다.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반말체’로 썼던 ‘달인 시리즈’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열에 아홉은 틀리는 낱말’, ‘발음과 글꼴이 같거나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말’, ‘하나를 알면 열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우리말 문법’, ‘요령만 알면 정말 쉬운 띄어쓰기’, ‘외래어표기법의 모든 것’ 등 우리말과 관련한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두 권의 책에 담았다.

책으로만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려는 모습 또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말의 다양한 정보를 담기에는 지면이 부족했다”며 “발음법 등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블로그에 담아두겠다”고 약속했다. 책에서 알려준 주소를 따라 블로그에 접속하면 책에 실리지 않은 내용의 우리말 상식을 접할 수 있다.

진정한 ‘우리말 달인’이 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저자는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를 읽은 독자들이 블로그에서 계속 우리말 공부를 해 ‘우리말 고수’가 되기를 응원하겠다”며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은 대부분 문장 속에 담겨 있는 만큼, 글쓰기를 비롯한 모든 자기계발에서 우리말 공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고 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