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뉴시스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이번 대회뿐이 아니다.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오래 전이다. 여자농구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선 잇달아 결승 무대를 밟고, 올림픽 본선 출전권도 줄곧 거머쥐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미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2006년 도하대회 이후 17년만이다.
경기력 측면에선 남녀대표팀 모두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 남녀대표팀이 나란히 일본에 패한 것은 수비력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본 남녀대표팀은 모두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빅맨도 3점슛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농구를 펼쳤다. 이런 스타일을 장착한 것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농구는 이 같은 스타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3점슛을 대거 허용하며 무너졌다. 전술적인 대응력 부재가 몹시도 아쉬웠다.
또한 가드들의 개인능력에서도 커다란 격차가 드러났다. 공격력뿐 아니라 수비력까지 수준차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본 가드들의 압박수비에 우리 선수들이 고전하면서 밀려다닌 이유다. 그로 인해 실책도 잦았고, 공격 전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제공 | 대한체육회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비단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대한농구협회는 여전히 공개모집을 통해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고 있다. 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협회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존재하는 않는 상황에서 지도자 경력에 의존해 선발하는 공개모집으로는 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대표팀의 색깔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고 있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녀대표팀 모두 2024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아시안게임까지는 3년이 남았다. 또 그 사이 남녀농구월드컵이 개최된다. 남녀대표팀의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한 변화와 모색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협회, 지도자, 선수 등 모든 구성원이 냉정하게 한국농구의 현주소와 경쟁력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