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PO 2차전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2루에서 NC 박건우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린 후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박건우는 KBO리그에서 현역 통산 타율 2위(0.326)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선 유독 기를 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PS) 통산 55경기에서 타율이 0.206에 불과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5년부터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KS)는 물론 플레이오프(PO),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등 겪지 않은 무대가 없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는 2019년 KS 2차전 끝내기안타 정도다. 오히려 6경기 타율 0.042(24타수 1안타)에 그친 2018년 KS가 더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건우는 다르다. 19일 벌어진 두산과 WC 결정전에선 멀티출루(3타수 1안타 1볼넷)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득점 2개를 올렸고, 그 기세를 SSG 랜더스와 준PO(5전3선승제)까지 몰고 왔다. 22일 준PO 1차전 3타수 1안타에 이어 23일 준PO 2차전에는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까지 NC 이적 후 PS 3경기에서 타율은 0.455(11타수 5안타)에 이른다.
박건우는 밥상을 직접 차리고, 또 떠먹었다. 1회초 1사 1루선 좌전안타로 기회를 이었고, 계속된 1사 2·3루선 권희동의 1타점 우전적시타 때 팀의 2점째를 올렸다. 3-0으로 앞선 2회초 2사 1·2루선 우전적시타를 날렸고, 6-3으로 앞선 8회초 2사 2루선 중전적시타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구종을 가리지 않고 쳐내는 콘택트능력이 빛났다.
수비 역시 빼어났다. NC는 4-0으로 앞서다가 4회말 한유섬에게 2점홈런을 허용해 하마터면 분위기를 빼앗길 뻔했지만, 박건우의 집중력 있는 수비 덕분에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NC는 4-2로 쫓기던 5회말 2사 후 최주환의 출루에 이어 홈런타자 최정을 만났는데, 이 때 우측 파울라인 밖으로 계속 꺾여나갈 만큼 까다로웠던 최정의 타구를 박건우가 집요하게 쫓아가 잡아냈다.
박건우에게는 팀에 보답할 수 있는 가을이 돼가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 경기 도중 별다른 부상이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교체를 요구했다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적이 있다. 당시 강인권 NC 감독은 “‘원 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을 가을야구에서 씻어내고 있는 박건우다.
인천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