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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원호 감독(왼쪽)·황준서. 사진 |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신인으로는 손에 꼽을 만한 투구 내용과 결과를 보였지만, 단 한 차례 등판뿐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최 감독은 그만큼 신중하게 좌완 황준서(19)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황준서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과 포크볼이 주무기인데, 드래프트 이전부터 일찌감치 1순위 유력 후보로 꼽혔던 유망주다.
재능은 본 무대에서도 곧장 드러났다. 프로무대의 출발점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꾸준한 모습으로 완주에 성공했고, 이후 1군 엔트리에도 등록돼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까지 잡았다.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했다. 당초 등판이 예정됐던 김민우가 담 증세를 보임에 따라 대체 선발 1순위였던 황준서에게 기회가 주어였다. 이날 그는 5이닝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14-3 대승을 이끌었다. 대뜸 선발승까지 챙기며 최고의 데뷔전을 치렀다.
신인의 선발 데뷔전 승리라 자연스레 향후 활용도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올해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김민우~문동주로 이어지는 한화 선발진은 시즌 초반 막강한 위력을 뽐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황준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
황준서 활용법에 대해 줄곧 말을 아끼던 최 감독은 3일에야 처음으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일요일(7일)까지는 동행한다. 김민우의 투구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황준서가) 회복(선발등판 이후 과정)을 한 뒤인 6일과 7일에는 불펜등판 기회가 있다면 불펜에서 던지는 것도 한 번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팀과 황준서 모두 서두를 이유가 없기에 나올 수 있는 선택이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편이 향후 황준서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더 큰 미래를 보려는 최 감독의 의도도 잘 드러난다.
대전 | 장은상 스포츠동아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