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성규. 스포츠동아DB
이성규는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개막 이후 23일까지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39타수 12안타), 4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돋보이는 초반 페이스다. 23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선 3-3으로 맞선 6회말 1사 만루에서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빼어난 신체조건(키 178㎝·체중 82㎏)이 아님에도 우타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이성규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는 인상적 활약을 펼치고도 정작 정규시즌에만 들어서면 그 모습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 시범경기에선 타율 0.333, 5홈런, 1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마침내 잠재력을 꽃피우는가 싶었다. 시범경기 홈런왕도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109경기에서 타율 0.207(145타수 30안타), 1홈런, 18타점에 불과했다.
데뷔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1군 무대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수비 포지션도 애매해졌다. 내야수로 출발했으나 주전경쟁을 극복하지 못했고, 허삼영 전 감독 체제에선 외야수를 병행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변신을 시도하고도 주전 자리는 요원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온전히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도 백업 요원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 삼성은 젊고 가능성 있는 외야수들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주로 대타 출전에 그치던 이성규는 이달 중순부터 선발 기회를 잡았고, 이번에는 아쉽기만 했던 과거와 작별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70(27타수 10안타), 4홈런, 9타점이다.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선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1.368에 이른다. 빠른 발도 갖추고 있어 도루 역시 2개를 성공시켰다. 스스로 주전 경쟁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이성규의 ‘커리어 하이’ 기록은 2019년 타율 0.256과 OPS 0.746, 2020년 10홈런과 30타점이다. 2019년에는 46타석만 소화해 표본이 많지 않다. 불운과 부진이 겹친 탓에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으나, 올 시즌에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성규가 꾸준한 활약으로 2024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장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