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붐…장소 방법 잘 선택해야 건강 이득

-힘찬병원 “건강에 도움 되지만 당뇨환자는 피해야 ”

요즘 맨발로 땅을 밟으며 지구와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어싱’(Earthig)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23년 국민생활체육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참여한 체육활동으로 걷기(43.0%)가 가장 많았다. 특히 맨발 걷기는 발의 뼈, 근육, 인대를 골고루 강화하고 발의 곳곳에 자극이 가해 전신의 감각과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에도 좋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만성질환 예방, 스트레스 완화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발 걷기 붐이 일면서 지자체들도 관련 기반 시설 조성에 힘쓰고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맨발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일단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걸으면 발의 관절이 받는 압력이 분산되지만, 맨발로 걸으면 몸무게의 부하가 고스란히 발에 전달돼 통증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노화가 진행 중인 중장년층은 족부 부상에 취약할 수 있다. 중년 이후 발의 지방층이 얇아져 맨발 걷기를 하다가 발바닥 통증을 겪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발바닥 족저근막염 환자는 28만 71명. 이 중 40~60대가 약 63%이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서동교 원장은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가락 운동이 제한되어 발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이 맨발로 걸을 때보다 덜 발달한다”며 “맨발로 걸으면 발의 근육이 튼튼하게 발달하지만, 발바닥을 다칠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 챙기려다 발 부상 생길 수도
맨발로 걸을 때 주의해야 할 발 질환으로는 족저근막염이 있다. 족저근막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얇고 긴 막이다. 발바닥의 탄력과 아치 모양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며,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릴 때 도움을 주는 등 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래 걷거나 딱딱한 바닥을 자주 걸을 경우 발바닥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기 쉽다. 평지가 아닌 경사로나 지면이 고르지 못한 산책로에서는 발에 하중이 더 실리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보통 아침에 일어설 때 발뒤꿈치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기고, 휴식 후 움직이기 시작할 때나 발바닥을 쭉 폈을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걷다가 엄지발가락 아래쪽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종자골염이종자골인데, 맨발야 한다. 발을 디딜 때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위가 바로 종자골인데,맨발 상태에서 무리해서 걷거나 지속적인 압박을 받으면 여기에 염증이 생긴다.
걸을 때 엄지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구부러지면서 종자골이 움직여 염증 부위가 자극돼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 아울러 발이 화끈거리거나 붓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오래 서서 일하거나 많이 걸었을 때와 비슷하게 발바닥에 심한 자극을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뇨환자라면 특히 발 상처나 부상 조심
맨발로 걸을 때는 작은 돌이나 나뭇가지, 유리나 못 등과 같은 물체를 밟아 상처가 나거나 찢어지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맨발 걷기를 위해 조성된 장소가 아닌 일반적인 산이나 등산로일 경우 상처 부위에 세균으로 인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서동교 원장은 “맨발 걷기를 할 때는 바닥이 잘 보이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약간이라도 험하거나 시멘트, 아스팔트 길은 반드시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며 “특히 당뇨병이 있어 발바닥의 감각이 저하된경우에는 조그만 상처도 아주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외부 자극에 대한 통각이 떨어진 당뇨환자는 맨발 걷기를 피하는것이 좋다. 당뇨환자의 약 15%는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발로 걷다가 못이나 유리조각을 밟아도 심한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물질을 밟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다 부종 등 패혈증이 발생한 뒤에 알게 된다. 또 혈관 병증이 진행된 당뇨발 환자는 작은 상처에도 상태가 악화되거나 심하면 괴사로 이어질 수있다.

맨발 걷기 후에는 즉시 깨끗한 물로 씻고 혹시 상처가 났다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스트레칭을 해주면 발의 피로를 풀고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의자에 앉아 한쪽 발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앞 발가락을 뒤로 젖혀 주먹으로 발바닥을 천천히 눌러 쓸어주는 동작이나, 바닥에 수건을 두고 발가락을 수건을 세게 쥐어 줬다 풀어주는 동작을 5분 이상, 하루 3번 정도 해주면 좋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