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환상의 별미”, 한의학으로 본 ‘파전과 막걸리’

입력 2024-07-02 2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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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식감과 풍미, 장마 등 비 올 때 생각나는 전통 별미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 한의학·영양학적 효능 도움말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빗방울이 추적추적 쏟아지는 날이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오늘 같은 날 파전에 막걸리 어때?”
다른 때도 먹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 파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때는 비가 내리는 날이다. 이를 두고 빗소리가 마치 전 부치는 소리와 비슷해 비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파전을 떠올린다는 해석도 있다. 연유야 어떻든 파전의 고소한 향과 바삭바삭한 식감이 입맛을 사로잡으며 장마철이나 비 오는 날 즐기는 대표적인 별미가 됐다. 여기에 우리 전통주를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이 된다. 그렇다면 파전과 막걸리의 궁합은 어떨까.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파전과 막걸리의 한의학적, 영양학적 효능을 알아봤다.

●전의 밀가루 전분, 긴장감 스트레스 해소 도움
많은 사람이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막걸리를 찾는 이유는 맛도 좋지만, 우중충한 날씨로 인해 축 처진 기분을 되살려 주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는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줄고 높은 습도와 저기압으로 인해 우울한 감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파전과 같은 밀가루 음식은 우울한 기분을 완화할 수 있다.
밀가루 전분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당으로 바뀌면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전분이 많은 밀가루 요리 중 대표적인 음식이 파전이다. 밀가루에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과 비타민 B군은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주요 물질이다. 따라서 밀가루는 신진대사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도 밀가루는 가슴이 화끈거리고 답답한 증상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해물파전의 주요 재료인 신선한 해산물도 감정 기복을 완화해 주는 식재료다. 오징어와 새우 등 해산물에는 피로 해소와 기분 완화에 좋은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특히 오징어는 타우린 함량이 높아 피로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또한 파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파에는 비타민 B1의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황화아릴 성분이 들어 있다.

●막걸리, 차가운 성질 밀가루 소화에 도움
하지만 밀가루는 한의학에서 성질이 차가운 식재료다. 많이 섭취할수록 소화 기능에 방해가 된다. 이때 막걸리에 들어있는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떨어진 소화 기능을 보완해 준다.
막걸리에는 비타민B, C, D는 물론 구리와 철과 같은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해 밀가루 전분의 분해를 돕는다. 파전과 막걸리가 궁합이 좋은 조합인 것은 단순 기분 탓이 아니라 이처럼 다른 음식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막걸리는 중성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이노시톨과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콜린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 기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며 “한의학적으로도 주류는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고 보는 만큼 파전과 막걸리는 좋은 궁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 성분이나 성질에 이점이 많다고 해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다. 기름진 밀가루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혈당을 급격하게 높여 비만을 유발한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도수가 다른 주류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역시 폭음을 하면 심혈관 계통에 무리가 오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순성 원장은 “파전에 마늘이나 고추를 곁들여 즐기면 몸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밀가루의 찬 기운을 눌러 속이 찬 사람도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으며 김치와 양파 등 뿌리채소를 함께 먹는 것도 건강한 식습관”이라며 “비 오는 날 파전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더라도 섭취량을 잘 조절해 여름 술자리를 건강하게 즐기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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