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 농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신라면 트램 광고. 사진제공 |농심

농심이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 농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신라면 트램 광고. 사진제공 |농심


농심이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오는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한다. 이를 통해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유럽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로테르담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철도·육상 물류 인프라가 뛰어나 유럽 내 물류 중심지로 평가받는다.

●농심, 유럽 시장 매출 연평균 25% 증가
유럽 라면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성장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의 유럽 시장 매출도 같은 기간 연평균 25%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0% 성장한 약 84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지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법인 설립은 필수적이다.

유럽 라면 시장은 국가별 선호 제품이 다를 정도로 다양한 맛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영국의 유니레버, 일본 닛신식품, 스위스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심은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신라면 툼바 등 매운맛 라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의 제품군을 앞세워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는 매운맛 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국가별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유통 확대와 현지 맞춤형 신제품 출시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유럽 매출을 3억 달러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테스코·까르푸 등 주요 유통망 공략
농심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영국의 테스코(Tesco), 독일의 레베(Rewe), 네덜란드의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프랑스 및 유럽 전역에 거점을 둔 까르푸(Carrefour) 등 대형 유통 채널을 적극 공략한다. 이를 통해 신라면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입점 규모를 확대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미 농심은 지난해부터 프랑스에서 소비자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연계해 엑스포 및 축제에 참여하고, 유통업체와 협력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열린 ‘K-Street Festival’에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신라면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샘플링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기간 동안 프랑스 내 까르푸 매장에서 신라면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브랜드 체험 기회를 확대했다. 팝업스토어는 스포츠 경기장과 에펠탑 등 주요 거점에 위치한 까르푸 5개 매장에서 진행됐으며,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즉석 조리 라면인 ‘한강라면’ 시식 행사도 함께 열어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농심은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 부산공장과 합쳐 약 10억 개로 증가하게 된다.

농심은 녹산 수출공장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을 비롯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도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유럽 법인 설립과 녹산 수출전용공장 완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유통망 확대와 맞춤형 제품 출시 전략을 병행해 K라면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