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미국 정부가 선택한 이유…증권가 ‘한미 경제안보 핵심’ 평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미국 정부의 선택을 받은 기업, 고려아연을 향한 증권가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미국 내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려아연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해외 투자 차원이 아닌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사례로 보고 있다. 미국이 추진 중인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제련 역량의 자국 회귀 정책과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경험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맥쿼리증권 홍광표 연구원은 고려아연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MP머티리얼즈 투자에 이어 제련 역량을 자국으로 옮기기 위한 리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의 전략자산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15일 미국 전쟁부와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자본적지출 기준 약 10조 원이며, 운영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약 11조 원에 이른다.

해당 제련소는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과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 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카드뮴·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반도체용 황산까지 포함된다.

다올투자증권 이정우 연구원은 이를 두고 “작은 온산 제련소의 미국 상륙”이라고 표현하며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서 생산 예정인 광물들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원재료로 전략광물 밸류체인 다변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요구와 정확히 맞는다”고 분석했다.

이정우 연구원은 “아연 30만 톤, 연 20만 톤, 구리 3만5000톤, 은 1000톤, 금 5.8톤, 안티모니 2559톤을 포함한 희소금속 8종이 생산될 예정”이라며 “미국의 높은 수입 의존도를 감안하면 미국 내 판매는 원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고려아연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미국 상무부와 전쟁부의 직접적인 지원과 참여는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박광래 연구원은 또 “미국 정부의 깊은 관여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 계약을 ‘미국의 큰 승리’라고 표현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미국 제련소 투자 성과는 가격과 차입금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 공급망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만큼 판매 불확실성이 낮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