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록키·박찬호·붕어·물뱀

입력 2008-07-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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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D조본선리그
이 바둑은 길게 가지 못했다. 채 100수가 되기도 전 백이 ‘뼈가 부러져버린’ 탓이다. ‘록키’ 이영구의 한 방이 제대로 터졌다. 이영구의 ‘록키’라는 별명은 기풍이 아닌 외모로 인한 것이다. 눈이 실베스타 스탤론의 그것과 아주 닮았다. 짙은 쌍거풀에 둥글면서도 살짝 처진 눈이 완전히 ‘록키’다. 별명을 듣는 이마다 ‘정말이네!’하고 무릎을 쳤다. 이런 기막힌 별명을 애당초 어떤 작자가 붙였는지 호사가들이 추적에 나선 일이 있었다. 이영구에게 ‘록키’란 별명을 지어 준 자는 그 밖에도 다수의 프로기사들에게 별명을 헌사(?)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윤현석 9단을 ‘반상의 박찬호’로 둔갑시킨 자도 그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추적에 수고는 있었으나 결실은 없었다. 베일로 온 몸을 칭칭 동여매기라도 했는지 그는 절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일이 없었다. 결국 그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오직 ‘록키’ ‘박찬호’ ‘한무’ ‘물뱀’ ‘흉이’ ‘붕어’ ‘네모’ 등 그가 남긴 껍질의 향연뿐이었다. <실전> 흑1로 밀고 들어가니 백이 2로 끊어 왔다. 보통이라면 <해설1> 흑1로 백 한 점을 잡아두는 것. 백은 4로 위쪽 흑을 잡는다. 백10까지 볼 수 있듯 흑은 탈출할 수 없다. 윤찬희가 내심 노린 것은 이것이었을 터. <실전> 흑7로 나갔을 때 백이 8로 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설2> 백1로 두어 흑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해설1처럼 말이다), 흑이 4로 끼우는 수가 있어서 안 되는 것이다. 백5로 막으면 흑6·8이 있다. 그렇다. 흑▲가 놓여 있기에, 환격이 되는 것이다. 끝으로 고백할 것이 있다. 이영구에게 ‘록키’란 별명을 붙인 장본인은 지금 이 관전기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위에 예시된 것들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 별명을 지었다. 재미로 지은 것도 있고, 기사를 쓰기 위해 끙끙대며 만든 것도 있다. 털어놓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은근히 겁이 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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