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JK의버팀목,래퍼비지‘7년만의홀로서기’

입력 2008-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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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JK의광팬…2001년한국행,투병중무대위친구로동료로지원
DJ이자 래퍼 비지(Bizzy·본명 박준영·사진)는 힘든 투병생활을 극적으로 이겨낸 래퍼 타이거JK의 지팡이였다. 아내인 가수 윤미래가 타이거JK의 무대 밖 지팡이였다면, 비지는 무대 위에서 그의 ‘부러지지 않는’ 든든한 지팡이였다. 척수염으로 투병하던 타이거JK는 하루 네 번에 걸쳐 13알씩 먹어야하는 약물치료로 인해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고, 무대 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이 늘 존재했다. 비지는 그런 타이거JK를 항상 곁에서 지켜줬다. 타이거JK가 투병하던 3년간 방송은 물론 대학교 축제나 각종 행사 무대에 한 번도 빠짐없이 같이 섰다. 타이거JK 뒤에서 백업 래퍼로 함께 랩을 해줬고, 때론 DJ로 나서기도 했다. 고독한 타이거JK의 말벗으로, 그를 부축해주는 친구로, 약으로 인한 돌발 행동도 받아줬다. 그렇게 3년이 흐른 지난해 6월 어느 날, 미국에서 수양하며 완치상태가 된 타이거JK의 결혼식에서는 그의 유일한 들러리로 참석해 그의 마지막 ‘지팡이’가 됐다. 비지는 드렁큰 타이거를 존경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대학을 다니며 클럽DJ로 활동하던 시절,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을 듣고 반해 열성 팬이 됐다. 비지는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을 매일 틀었고, 반응은 뜨거웠다. 뉴질랜드의 친구들이 ‘이 사람, 한국사람 아니지?’라고 물을 정도로 평가가 대단했다. 드렁큰타이거 음악을 1만 번 가량 들으며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도 한국에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번 돈으로 데모를 만들었다. 2001년, 턴테이블을 들고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기획사 관계자를 만나던 중 양동근의 프로듀서 스모키 제이를 알게 됐고, 무브먼트의 일원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비지는 양동근 1집에 참여하고 공연을 다니면서 드렁큰타이거를 처음 만났다. “제가 정권이 형(타이거JK)의 광 팬이죠. 그는 가족 같아요. 가끔은 친구 같고, 또 스승이고 형 같고 아빠 같고…. 같이 있다보면 그와 닮게 되는 것 같아요.” 양동근은 입대 전날 밤에도 비지의 녹음실에서 밤새 녹음을 했고, 날이 밝자 두 사람은 함께 훈련소로 향했다. 양동근은 비지의 모든 음반활동에 함께 해주기로 했지만 그의 앨범 출시도 보지 못하고 군입대 했다. 그는 2001년 한국에 왔지만 7년 만에 데뷔음반 ‘비지어너리’(Bizzionary)를 발표했다. 올 초 척수염과 한창 싸우던 타이거JK는 비지의 음반에 프로듀서로 마지막 힘을 다했다. 데뷔곡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샘플링한 동명의 힙합곡. 이현우는 스모키제이와 절친한 친구로, 비지는 2년 전 이미 같이 작업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윤미래, 양동근도 각각 ‘데이&나이트’ ‘체인지’에 피처링했고, 리쌍,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등 무브먼트 20여명은 7년 만에 함께 뭉쳐 ‘무브먼트4’를 합창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든든한 무브먼트 친구들이 있어 행복할 뿐이에요. 나 혼자만의 기념앨범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원겸 기자 g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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