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이제 21살인 딸아이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예의바르고,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아이랍니다. 연년생인 남동생과도 ‘쿵짝’이 아주 잘 맞고, 손재주가 좋아서 뭐든지 잘 하는 아이입니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애들 아빠도 유난히 딸아이를 예뻐해서, 어디를 가든 항상 데리고 다녔습니다. 물론 우리 딸 4살 때 애들 아빠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말입니다. 그 후 우리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장학금이란 장학금은 거의 다 받을 정도로 공부를 아주 잘했습니다. 철도 일찍 들어서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미용실 청소를 도와주고 한 달에 7만원을 받았습니다.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저녁때 잠깐 하는 거라고 꾸준히 자기 용돈벌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연락도 없이 들어오질 않는 겁니다. 도대체 얘가 어딜 갔나 온 사방에 전화를 하며 아이를 찾았습니다. 잠시 후 딸아이 친구 엄마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따님이 지금 저희 집에 있는데요. 미용실서 아르바이트비 받아오다가 어떤 애들한테 뺏겼나 봐요. 미용실서 아르바이트하는 거 알고 그 애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대요. 지금 계속 울기만 하는데, 어머님이 한 번 와보세요”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돈이라면 단돈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아인데, 그런 아이가 7만원을 고스란히 뺏겼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아이가 잠을 잘 때 불을 끄지 못하고, 몇 번씩 깨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전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불량스런 애들한테 돈을 뺏기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제가 7만원을 드릴 테니, 선생님께서 이 돈을 불량스런 애들한테서 찾아오신 걸로 하고, 우리 애한테 대신 좀 전해주시면 안 될까요?” 했더니 담임선생님께서 선뜻 그렇게 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딸애가 7만원을 보여주며 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고! 이제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를 마치고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를 가야 할 때, 갑자기 대학을 포기하고 실업계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성적도 잘 나왔는데 너무 아까워 담임 선생님도, 저도 말렸습니다. 우리 딸 최씨 고집! 아무리 설득하고 협박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자기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고, 저도 반쯤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딸 성적을 보더니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실업계에서도 대학을 갈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봐” 하셨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오자 동생 뒷바라지하겠다며 또 대학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반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대기업 입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가자, 우리 딸은 가끔 지나가는 말로 대학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번엔 제가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제가 손목이 아파서 중간에 일을 잠깐 쉬었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은 딸아이 혼자 벌었는데, 지금은 제가 다시 일을 하러 다닙니다. 월급도 150만원 정도 받습니다. 더 늦기 전에 딸아이 공부시키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딸∼! 남자도 환경에 맞게 만나는 거야. 학비 50%는 대줄게. 나머지는 장학금 받아서 다녀. 엄마 죽을 때 후회할 거 같아. 무조건 싫다고 하지 말고 엄마 벌 때 다녀.”
몇 번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우리 딸 “엄마, 전화” 이렇게 답이 왔습니다. 전화비 아끼겠다고 저보고 전화하라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전화했더니 “엄마. 진짜 50% 대주는 거야?”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러겠다고 했더니 “그럼 엄마! 나 호텔조리과에 가볼래. 내가 원래 그 쪽에 관심이 있었거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호텔조리과를 알아보고 두 군데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대학 등록금 말로만 들었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하지만 덜 먹고 덜 써서 우리 딸 꼭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뒷바라지 할 겁니다.
충북 진천|이영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