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김태희 도전과 성취] 김태희 “연기도 정신연령도 난 모든 게 늦둥이”

입력 2010-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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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왜 연기를 하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연기를 하면서 행복한지’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는 배우 김태희. 그녀가 새 영화 ‘그랑프리’로 자신의 ‘서른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 영화 ‘그랑프리’서 여성 기수역 김태희를 만났더니…

어느덧 서른…연애하면 새로운 즐거움이 있을까?


새 작품을 선보이는 설렘을 묻자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쑥스런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며 웃는다. “호평을 받을지, 혹평을 받을지 정말 모르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여느 배우라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대중적 평가 혹은 비평의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배우 김태희는 이미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아이리스’를 거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신작 출연을 결심한 것이니 그 배경이 있었을 터. 그에 대한 설렘을 묻는 것도 예의에 벗어난 것은 아니리라.

김태희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추석 시즌을 앞두고 9월16일 개봉하는 영화 ‘그랑프리’(감독 양윤호·제작 네버엔딩스토리). 김태희는 낙마 사고로 인해 기수의 꿈을 포기하고 애마의 고향 제주를 찾아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펼쳐간다.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앓은 남자 양동근으로부터 위로 속에 용기와 함께 새로운 사랑-그 대상은 양동근은 물론 세상과 자신이 놓여질 또 다른 경마의 무대이기도 하다-을 찾아가게 된다.

김태희는 여성 기수 역을 맡아 쾌속의 레이싱을 벌이기도 했다. 이미 영화 ‘중천’에서 승마 연기를 펼치긴 했지만 속도감을 배가해 드러내야 하는 ‘그랑프리’는 아무래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중천’ 촬영을 앞두고 승마 연습 도중 동료 배우의 큰 낙마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했으니 그 두려움은 오죽했을까.

“그 순간, 나도 떨어졌다”면서 아찔한 순간을 떠올린 그녀는 이후 “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당시 겪은 두려움이 ‘그랑프리’ 출연을 망설이게도 했다.


● 두려움이 컸나보다.

“촬영 전 승마 연습을 했는데 전날부터 예민해지더라. 막상 말등에 오르면 높이도 높고, 불안정한 데다 달릴 때 반동이 워낙 크다. 전문적인 기수들도 경험상 방법이 있지만 사실 위험천만하다. 달릴 때? 완전 무섭다. 말은 저마다 특성이 다른데 내 말은 질주본능을 지녔다. 더욱이 ‘끄는 말’이라 해서, 멈추기 위해 고삐를 당기면 더 달리려는 습성을 가졌다.”


● 그런 두려움 속에서도 출연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인가.

“연기의 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의 와중에 그동안 정신없이 많은 작품을 해온 것 같다. 정신이 좀 없었다.(웃음) 하지만 ‘아이리스’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노력도 많이 했다. 이전까지 출연작을 결정하고 연기를 하는 데 너무 심사숙고한 면도 없지 않다. 이번엔 좀 더 편하게 작품을 하고 싶었다. ‘아이리스’의 양윤호 감독이 ‘그랑프리’를 함께 하자고 해서 오래 생각하지 않고 결정했다.”


● 감독과 맺은 인연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실인가.

“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하면서 서로가 쌓은 신뢰가 컸다. ‘아이리스’를 하면서 연출자인 양 감독이나 김규태 감독에게 많이 의지했다. 편한 마음으로 지나치게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좀 바꿔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랑프리’란 영화가 내가 지닌 장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휴먼드라마를 좋아하는 취향도 그렇지만 순수 멜로 장르도 하고 싶었다.”


●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이란.

“난 아직 정신연령이 어리다.(웃음) 나이 서른이 됐지만 아직 덜 성숙한 듯하다. ‘그랑프리’를 촬영하면서 말과 함께 호흡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느낌도 들고.(웃음) 뭐, 순수하고 인간적인…, 그런 것? 난 아직 어리고 많이 때묻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하!”


● 당신 말대로 이제 서른이다.

“난 만 29세다. 하하! 그나마 생일이 지나서.”


● 그러고보니 최근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당신 피부나 얼굴이 16세라고 말했다.

“하하! 그러냐. 나이가 드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난 20대 중반부터 눈가에 주름이 하나둘 늘어났다. 나이가 많지 않을 때여서 남들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똑갈은 주름이라도 이젠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그럴 때면 항상 긴장해야겠구나 생각한다.”


● 나이를 의식하기 시작했나보다.

“서른, 잔치는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아직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35세가 되면 심각하게 느낄 것도 같다. 난 모든 게 느리다. 양윤호 감독이 ‘늦둥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로.”


● 연기를 하면서 다시 달릴 수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끊임없이 자문하고 또 묻는다. ‘왜 연기를 하지? 잘 하고 있는 건가? 연기하면서 난 행복한가?’ 같은. 하지만 전력질주하면서 달려온 것 같지는 않다.

독하게 목표를 향해 힘겨운 도전을 하며 달리지 못했다. 사실 전력질주하고 싶었다. 난 느린 사람인데 능력이 있을까.”

김태희는 그 자문을 이어갔다. 그런 자문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 것 역시 그녀의 몫. 대중과 관객이 보기에 김태희는 능히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랑프리를 위해 열심히 달리지만 그 속도를 즐기지 못한 채 한 순간의 기쁨을 얻기보다 달리는 동안 속도를 즐기고 바람을 맞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는 “연애라도 하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녀의 눈가에 어느새 “잘 모르겠다”던 설렘의 답이 묻어나는 듯했다.


■ 김태희, 그녀는 누구?

- 1980년 3월 울산 출생
- 1999년 서울대 의류학과 입학
- 2005년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
- 2000년대 초반 패션잡지와 CF모델로 활동 시작 ‘신도시인’ 등 단편영화에도 출연
- 2002년 SBS 시트콤 ‘레츠고’와 2003년 SBS ‘스크린’으로 본격 연기 활동
-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으로 대중적 인기 얻음
- 2006년 ‘중천’, 2007년 영화 ‘싸움’, 2009년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 등 출연
- 2010년 ‘그랑프리’ 개봉 예정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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