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불견 관객

공연장 입구에서 직원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이 있다.
“휴대폰은 꺼주시고, 사진촬영 안 되십니다.”
애들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입장하는 사람마다 일일이 주입을 시키나 싶지만 그게 아니다.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공연 팬을 대상으로 간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악의 관객매너’ 1위는 단연 ‘전화벨 소음’이었다. “설마 전화가 오겠어”하는 마음에 꺼두지 않았다가 공연 중 돌연 벨이 울리는 사고가 아직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공연장에서 통화를 시도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는 것. 무대 위에서 한창 연기 중인 배우에게도 또렷이 들리도록 “어, 나 공연 보는 중이야. 이제 다 끝나가”하는 식의 통화를 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서편제’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 김태훈은 “소극장 공연 중에 한 번은 딸이 죽어서 엄마가 슬픈 노래를 부르려는데 ‘9시!’하는 휴대전화의 알림음이 울려 웃음바다가 된 일도 있었다”라고 씁쓸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설문조사에서 꼴불견 관객 2위는 ‘공연 중 이동’. 지각을 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관객. 당연히 무대에 몰두해 있던 관람 분위기를 망친다.
공연 도중 화장실행도 문제. 한 응답자는 “공연 전 맥주라도 마셨는지 10분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이 있어 관람 기분을 잡쳤다”라고 했다. 한 배우는 “진지한 장면에서 한 남자 관객이 벌떡 일어서더니 당당하게 무대 위를 가로질러 나간 적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쯤되면 ‘중증’이다.
● 공연장이 영화관이야?…음료수 얼음 먹는 소리 ‘최악’
공연장을 영화관으로 착각한 듯 음식물을 잔뜩 사들고 와서 부스럭대며 먹는 관객들도 최악이다. 뮤지컬 ‘삼총사’에서 추기경으로 출연한 이정열은 “겪어보기 전엔 관객석에서 캔 음료를 따는 ‘땅’ 소리가 그렇게 울림이 큰지 몰랐다”고 했다.
패트병 찌그러지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뭐니 뭐니 해도 음료수에 든 얼음 씹어 먹는 소리가 최악”이라며 볼멘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응답자들은 공연 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켜는 행위, 공연하고 있는 배우에게 말 걸기, 음주 관람, 커플 관객의 과도한 스킨십, 똥머리 스타일(뒷사람이 안 보여요) 등을 최악의 관객매너로 꼽았다.
공연장에서는 휴대폰 전원을 잠시 꺼 두자.
소리를 지르고, 음식을 먹으며 관람하고 싶다면 야구장을 찾으면 된다. 작은 배려가 성숙된 공연문화를 만든다. 배우들의 명연은 전화벨 소리 없는, 침묵의 무대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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