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대사로 보는 ‘부러진 화살’ 돌풍

입력 2012-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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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판사를 직무 유기로 고발합니다”
-증인 요청을 묵살하는 판사 향해 한마디

“윤봉길이 도시락 폭탄이면 나는 물폭탄이다”
-생수병 들고 법정가며…


안성기 주연의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이 마치 반전과도 같은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개봉 8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설 극장가를 겨냥한 한국영화들 중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부러진 화살’은 2006년 벌어진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순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블록버스보다 뜨겁다. 이런 ‘부러진 화살’의 흥행 원동력을 영화 속 이색 대사로 짚어봤다.


● “신재열 판사를 직무 유기로 고발합니다”

(김경호 교수가 증인 요청을 묵살하는 담당 판사를 향해)

‘부러진 화살’은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의 무대였던 법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딱딱한 소재를 희화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위트있게 풀었다. 기존 법정 영화에서 검사 혹은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면 ‘부러진 화살’에서는 피고인과 판사의 대결이 핵심이다. 변호사보다 더 치밀한 피고로 등장한 김경호 교수(안성기)는 재판 도중 직접 법전을 찾아가며 검사의 주장을 반박한다. 덕분에 양측의 대립은 시소게임처럼 스릴이 넘친다.


● “윤봉길이 도시락 폭탄이라면 나는 물 폭탄이다”

(김경호 교수 변호사 박준이 생수병을 들고 법정으로 가며)

주·조연의 구분 없이 연기자 모두 강렬한 개성을 폭탄처럼 터트린다. 박준 변호사 역의 박원상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 “박원상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영화 속 두 명의 판사, 문성근과 이경영도 남다른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이경영과 권력을 휘두르는 문성근의 대조적인 모습은 ‘고수’들의 한판 승부를 보는 듯 하다.


●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 있어? 사기꾼 빼고”

(자신을 찾아온 박준 변호사에게 김경호 교수가 한 말)

허를 찌르는 풍자를 찾아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김경호 교수의 일침을 실제 사건과 연결한 연출법처럼 꼼꼼히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가장 크게 폭소를 터트리는 장면은 김경호 옆의 교도관이 보는 신문의 기사 제목을 카메라가 클로즈업할 때다. 석궁사건이 일어난 2007년 당시 정가의 큰 이슈였던 BBK 주가조작사건 기사가 화면 가득 등장한다. 이 장면은 관객들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장면 중 하나다.

● “알았어 애들은 내가 키우고 있을게”

(재판장에서 난동을 부리겠다는 박준에게 아내가 건넨 말)

‘부러진 화살’에는 치열한 법정 공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부의 애증과 남녀의 멜로도 섞여있다. 심각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한 이해의 폭은 깊다. ‘애증전선’을 형성하는 3인방은 박준과 그의 아내(진경), 사회부 여기자 장은서(김지호)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탄탄한 박준 부부의 ‘쿨한’ 대화는 팽팽한 영화의 긴장을 푸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1997년 출연한 ‘인연’ 이후 15년 만에 상업 영화에 출연한 김지호의 활약도 눈에 띈다. 박원상과 김지호는 선·후배 혹은 남녀 사이를 오가며 멜로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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