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은 ‘불쌍한 남자’예요.”
배우 장동건(42)은 곤을 이렇게 정의했다. 살인을 업으로 하는 냉혈한 킬러를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곤은 출연 작품들 중에서도 애착이 많이 가는 캐릭터예요. 그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요. 속은 뒤틀려있는데 드러내지 않죠. 연기할수록 쉬워야 하는데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웠어요.”
곤을 설명할 때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미남스타’ 장동건이 아닌 ‘중년 배우’ 장동건의 모습이었다. 그가 연기한 곤은 조직의 명령으로 인해 죽여야 하는 모경(김민희)을 두고 갈등하는 인물. 시나리오에는 감정이나 지문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았다. 관객에게 곤을 전달하는 것은 온전히 장동건의 몫이었다. 쉬운 길도 많았을 텐데 왜 ‘우는 남자’를 선택했을까.
“액션 영화는 남자 배우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은 장르죠. 저 역시 그랬고요.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 이후 또 느와르를 한다는 말을 듣고 초고만 보고 결정했어요. 그에 대한 신뢰가 있었거든요.”

영화에는 곤이 상의를 벗은 채 홀로 작업하거나 고뇌하는 신이 종종 등장한다. 보기 좋게 탄탄한 몸매와 화려한 문신이 눈길을 끄는 장면이다.
장동건은 “최근 액션 영화는 몸을 보여주는 게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는 남자’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아니라 맨몸으로 부딪히는 처절한 느낌”이라며 “탈의도 멋진 조명 아래서 힘주는 그런 것을 지양했다”고 털어놨다.
“4개월 동안 하루 4시간씩 연습하면서 기능적인 액션에 치중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보니 몸도 좋아지더라고요. 촬영 후반 즈음에는 개인적으로도 흡족할만한 몸이 됐어요. ‘한번 보여줄까’했는데 영화 ‘용의자’가 개봉했어요. 공유의 몸을 보고 ‘나는 아닌 것 같다. 다음에…’라고 생각했죠.”(웃음)
● ‘우는 남자’ 장동건 vs ‘아저씨’ 원빈, 꽃미남 형제의 숙명
‘아저씨’는 한때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과 형제애를 나눴던 배우 원빈이 주연한 작품. 원빈은 이 영화를 통해 수많은 명대사와 ‘액션 스타’ 이미지를 남겼다. 같은 감독과 동일한 장르로 작업한 두 꽃미남 배우에게 비교는 숙명이었다.
“사실 원빈 생각은 많이 안했어요. ‘아저씨’와 액션 콘셉트도 감정도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후배였다면 많이 의식됐을 수도 있겠죠.”
장동건에게 ‘미남 배우’ 타이틀에 대해 묻자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의 나는 절대적인 미의 기준에서 꽃미남이나 꽃중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혹은 키워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들으면) 기분은 좋죠.”

● 독립영화 욕심내는 대형 배우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
장동건은 항상 한발 앞서왔다. 그는 한미 합작 ‘워리어스 웨이’와 한중 합작 ‘위험한 관계’ 등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에 도전해왔다. 그런 그가 “독립영화의 출연에도 관심이 간다”고 말한 것은 의외였다.
“배우라면 흥행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그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작품을 많이 하려면 ‘독립영화를 찍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의 슬럼프에서 나오고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장동건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있는 이정범 감독에게 ‘학생들 작품은 어떨까’라고 말했더니 이 감독이 ‘절대 안 돼, 그건 아니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영화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느냐고 묻자 “들어오질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며 “생각해보니 내가 한 영화 중 가장 저예산 영화인 김기덕 감독님의 ‘해안선’도 내가 직접 찾아간 작품이더라”고 털어놨다.

● 어느덧 두 아이 아빠…육아는 ‘전략적으로’
2010년 장동건은 ‘고소영 남편’과 ‘아빠’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2월에는 아들에 이어 둘째 딸 출산으로 식구가 4명으로 늘었다. 그는 “안정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거창한 것 말고 그런 순간에 행복을 느껴요.”
장동건에게도 여느 아빠들과 같이 육아에 대한 고충은 있었다. 그는 “핑계일 수 있지만 출퇴근 하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집중과 선택’ 작전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간이 될 때 한두 시간 몰아서 놀아주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육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을 때 출연을 시킬 생각이에요. 요즘 ‘딸바보’로 살고 있냐고요? 글쎄요. 아직 100일도 안 돼 하루종일 누워만 있더라고요. 하하”
사진제공|CJ E&M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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