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염석진에 매료…다시 만나기 힘든 캐릭터”

입력 2015-07-1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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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낸다. 영화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 연이은 흥행을 기록한 그가 이번엔 ‘암살’로 관객을 만난다. 스포츠동아DB

■ 영화 ‘암살’로 돌아온 흥행배우 이정재

몸무게 15kg감량·목소리 높낮이까지 계산
20∼60대 염석진의 파란만장한 삶 연기
“새벽까지 감독과 씨름…치열하게 찍었다”


배우 이정재(42)와 영화 ‘암살’의 주인공 염석진의 만남은 절묘해 보인다. 1290만명의 선택을 받은 ‘도둑들’의 성공을 함께한 최동훈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부담보다 기대가 컸던 것도 염석진이란 인물이 지닌 ‘마력’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걸작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고 30분쯤 멍하니 앉아 있었다. 먹먹했다.”

그렇게 이정재는 거부할 수 없는 인물 속으로 들어갔다. 선배들은 그에게 ‘다시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라며 힘을 실어줬다. ‘도둑들’부터 ‘신세계’ ‘관상’까지 만만치 않은 역할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완성해온 이정재는 ‘암살’을 통해 다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아, 이런 역할이 내게도 오는구나,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잘 해내고 싶었다.”

영화는 1930년대를 배경 삼아 친일파 처단 작전을 벌이는 독립군의 이야기다. 이정재와 전지현, 하정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염석진은 우리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로 완성됐다. 독립운동에 헌신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정체성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변절한 친일파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변화의 진폭이 상당하다.

“지금 나는 40대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표현하는 건 도전이었다. 시대의 풍파를 겪으면서 살기 위해 뭐든 하는 염석진의 모습을 흔들림 없이 연결해야 했다. 그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도 관객에게 설명해야 했다.”

15kg의 몸무게를 감량하고 며칠씩 잠을 자지 않았던 ‘육체적’ 고통이 노력의 전부는 아니다.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계산해 표현한 이정재의 연기는 근래 여러 영화에서 보인 다양한 변신과 비교해 봐도 단연 눈에 띈다.

“등장인물이 많다. 많으면 전부 잘 보이지 않거나 한 사람만 부각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암살’은 꽤 만족스럽다. 작년에 무더위를 견디며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할 때, 밤마다 감독 방에 들어가 회의를 하고 늘 새벽 두시쯤 나오곤 했다. 치열하게 찍었다.”

전지현과는 벌써 세 번째 함께하는 영화다. 그는 “내심 궁금했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군이다. 화장도 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첫 촬영 날, 전지현이 뒤돌아 나를 바라보는 장면을 찍을 때 직감했다. 잘 해내겠구나.”

‘암살’은 오락영화이지만 묵직함과 뭉클함도 크다. ‘이름조차 남지 않은 독립군’을 위한 헌사로도 읽힌다. 이정재는 “보고나서 대화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그렇다고 낙관만 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요 관객인 20∼30대가 1930년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굉장히 열심히 찍었지만 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 시사회 이후 반응을 보기가 나로서는 힘들다. 아직 가슴에 굳은살이 덜 붙었나보다. 하하!”

이정재는 ‘암살’의 흥행은 바랐지만 이를 통해 개인으로서 어떤 성공을 거둘 마음은 없어 보였다. 원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체득했다는 투다.

“백재희(드라마 ‘모래시계’의 배역) 때 겪었다. 더 좋은 모습, 더욱 더 멋있는 성공을 원했지만 되지 않더라. 이제는 담담하려고 한다.”

그는 17일 ‘역전의 날’ 촬영을 시작한다. 한중합작 영화다. 중국시장에 내딛는 첫 발이다. “중국어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긴장했지만 ‘할만 한데?’ 싶다. 아직 기초 수준이니까.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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