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플레디스
1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는 플레디스 걸즈(강경원, 강예빈, 김민경, 김예원, 박시연, 배성연, 임나영, 정은우, 주결경, 카일라)의 마지막 정기 콘서트가 열렸다.
플레디스 걸즈는 애프터스쿨, 세븐틴, 뉴이스트, 한동근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가 새롭게 준비중인 걸그룹으로, 엄밀히 따지면 아직 정식으로 데뷔를 하지 않은 ‘연습생’ 신분이다.
‘데뷔도 안한 연습생이 어떻게 콘서트를 하느냐’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플레디스 걸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Mnet ‘프로듀스101’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방송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프로듀스101’은 국내 걸그룹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바꿔 놓은 프로그램이다.
극성 아이돌 마니아의 경우 연습생까지 주목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프로듀스101’ 이전까지는 연습생은 연습생일 뿐,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연습생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듀스101’이 성공을 거두면서 데뷔를 하기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많은 인기를 얻은 연습생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데뷔를 하고 나서 팬덤을 쌓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데뷔를 하기 전부터 팬덤을 안고 시작을 한다는 뜻이다. - I.O.I(아이오아이) 역시도 연습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지, 정식 데뷔 걸그룹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
가장 좋은 예가 ‘프로듀스101’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젤리피쉬의 김세정, 강미나, 김나영이 속한 구구단이다. 대다수의 신인 걸그룹이 100위권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과 달리 구구단은 데뷔와 동시에 여러 차트에서 10~20위권에 진입하는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해 상당한 팬덤이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완전한 연습생은 아니지만, 정채연과 기희현 등이 속한 다이아도 ‘프로듀스101’의 출연 전후의 성적이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데뷔한 그룹에 유연정이 새 멤버로 합류한 우주소녀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프로듀스101’의 최종 선발 멤버가 아닌 탈락 멤버로 구성된 I.B.I(김소희, 윤채경, 한혜리, 이해인, 이수현) 마저도 프로젝트 싱글이 차트에 진입해, 만만찮은 팬덤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듀스101’이 걸그룹 시장에서 바꿔놓은 또 한 가지는 걸그룹 문화를 향유하는 연령대를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은 10대보다 20대, 나아가 3~40대에게까지도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프로듀스101’이 끝난 후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I.O.I와 출연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I.O.I의 ‘Dream Girl’은 3~40대 연령층의 이용 비중이 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진=플레디스
그리고 이렇게 ‘프로듀스101’이 확장시켜 놓은 연습생에 대한 관심도와 폭넓어진 연령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가능성이 높은 걸그룹이 바로 플레디스 걸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듀스101’에 참가한 인원이 플레디스 걸즈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실제 10인조인 플레디스 걸즈에서 강경원, 강예빈, 김민경, 박시연, 임나영, 정은우, 주결경까지 무려 7명이 ‘프로듀스101’에 출연했으며, 이중 임나영과 주결경은 최종 멤버로 선발돼 I.O.I로도 활동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개인 팬덤이 형성된 멤버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임나영의 경우 2~40대의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진행된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해 폭넓은 연령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입증하기도 했다.
플레디스 걸즈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이날 콘서트장으로 이어졌다. 5월 14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된 플레디스 걸즈의 콘서트는 매번 매진을 이뤘고, 700석 규모로 확장해 진행한 10일 공연 역시 관객이 가득 들어찼다.
걸그룹 콘서트에 인색한 국내 시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그룹의 유료 콘서트가, 게다가 셋리스트의 대부분이 커버곡으로 진행되는 공연이 매진을 기록한 건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듀스101’은 국내 걸그룹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른바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 YG, JYP처럼 브랜드 자체의 팬덤이 쌓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신인 그룹이 데뷔전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이를 통해 현재 걸그룹 시장은 3대 기획사의 신인들과 ‘프로듀스101’ 출신 걸그룹들을 위주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또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플레디스는 임나영과 주결경이 I.O.I 활동에 집중 할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I.O.I가 해체하기 전까지는 플레디스 걸즈를 데뷔 시킬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수 백명의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플레디스 걸즈의 모습은, 플레디스 걸즈 역시 이미 걸그룹 세대교체의 주역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 주기 충분했다.
●이하 셋리스트
1. Bang!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2. Yum Yum + Fingertips + 같은 곳에서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3. OH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4. Shampoo + Flashback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 퍼포먼스
5. Trini Dem Girl - 예빈, 성연
6. Eve - 나영, 결경, 예원, 시연
7. Bait - 민경, 경원, 예원, 카일라
8. Sorry - 은우, 성연
9. Lose My Breath - 민경, 경원, 은우, 예빈,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 유닛 및 솔로
10. 깨워 (자작곡) - 은우, 예빈
11. I Dream - 예원, 성연
12. Dear Mom - 민경, 경원, 은우, 예원, 성연
13. Lost Stars - 민경 솔로
14. Falling Slowly - 민경, 한동근
15. 그대라는 사치 -한동근(게스트 무대)
16. Put your records on&as long as you love me - 결경, 성연
17. 겨울이 가도 (자작곡) - 나영
18. 롤러코스터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앙코르
19. We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20. 하지마 (자작곡) - 나영, 민경, 경원, 은우, 예빈, 결경, 예원, 성연, 시연, 카일라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