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정은 “연기가 쉬운 게 아니라 공부가 더 어려워”

입력 2017-01-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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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연기자 허정은은 “연기가 쉬운 게 아니라 공부가 더 어려운 거예요”라며 ‘연기신동’ ‘연기천재’라는 칭찬을 ‘과찬’으로 여겼다. 될 성 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사진제공|KBS

■ KBS 2TV ‘오 마이 금비’

연기 신동? 그냥 캐릭터 생각하며 연기
촬영장은 놀이터, 수학·영어는 쉬는시간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자그마한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아역 허정은(10)이 11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오 마이 금비’를 통해 시청자의 가슴을 헤집어놓았다. 미소를 짓게 하더니 어느새 눈물을 훔치게 했다. 어린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감성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냥 금비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라면서 제법 어른스럽게 답했지만 이내 “연기가 쉬운 게 아니라 공부가 더 어려워요”라며 깔깔 웃는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허정은은 뛰어난 연기 집중력과는 달리 가만히 앉아 인터뷰를 해야 하는 자리가 다소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곰돌이 모양의 젤리를 건네주자 오물오물 씹으며 어린이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기천재’ ‘연기신동’이라고 불리는 데 대해 “연기를 잘 못하는데 잘 한다고 칭찬해주셔서 감사드려요”라며 의젓한 표정을 짓는다. 무엇보다 “우리 딸이 최고”라는 아빠의 칭찬은 지금 생각해도 기쁘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생각은 꽤 ‘진지’했다. 어려운 점을 굳이 꼽자면 “외우는 게 능숙치 않은”, 많은 대사였다. ‘오 마이 금비’ 촬영 중에는 장염에 걸려 “돈가스 참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아역으로서는 드물게 2016년 초부터 쉼 없이 달려온 허정은은 3월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8월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안방극장을 누볐다. 그런 뒤 만난 ‘오 마이 금비’의 촬영장은 또래 출연자들이 많아 마치 놀이터처럼 즐긴 공간이었다. “재하(황민수)랑 매일 때리고 싸우면서 놀았어요”라고 말한다. 뽀뽀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2학년 때인가, 저를 동시에 2명이 좋아한 적이 있었어요. 하하! 지금은 남자친구 없는데 4학년이 되면 생기지 않을까요. 잘 생기고 상냥한 친구가 좋아요. ‘엄마바라기’는 싫어요.(웃음) 그런데 만나서 좋을 게 없는 것 같아요. 3학년 때도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괴롭혔거든요.”

허정은은 ‘송중기 오빠’가 너무 좋단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의 동생으로 출연했지만 “송중기 오빠의 동생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라며 수줍어한다. 벌써 ‘상대역’까지 점찍어뒀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방송국이 회사고, 저는 지금 일하고 있는 거니깐 공부하지 않아도 된대요”라며 즐거워했다. 엄마의 ‘과외’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허정은은 “제가 너무 공부를 하지 않으니까 그러시는 것 같아요”라며 “수학이랑 영어는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쉬는 시간 같아요”라며 머쓱해한다.

허정은은 지난해 K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타고난 재능과 엄마의 보살핌, 두 언니(중1, 초6)의 응원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 엄마의 질문에 존댓말로 대답하는 모습에서 이를 충분히 느끼게 했다.

“저는 디자이너, 경찰관, 소방관, 스타일리스트, 은행원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꿈 많아도 다 필요 없더라고요. 하하! 지금은 연기자잖아요. 대학 안 가고 촬영장에서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할래요.(웃음)”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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