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래원이 말하는 #프리즌 #한석규 #배우란 무엇인가

입력 2017-03-20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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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배우 김래원이 인터뷰를 하러 들어오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그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즌’에 대한 이야기부터 낚시 친구이자 대선배인 한석규에 대한 이야기, 또 언젠간 ‘캐스트 어웨이’와 같은 영화를 꼭 찍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의 태도였다. 말을 하면서도 “아, 이건 아니다”, “이건 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라며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구태여 자신을 숨기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솔직함’과 ‘건방짐’은 한 끗 차이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한 배우였고 그것을 지혜롭게 풀어 말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김래원은 ‘프리즌’에서 한 때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잘 나가는 경찰이었지만 뺑소니, 증거 인멸, 담당 경찰 매수 등의 죄목으로 수감되면서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를 만나게 되고 익호가 움직이는 새로운 범죄 계획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유건’ 역을 맡았다.

● “스태프들까지 두루 살펴야 하는 주연의 역할, 이제 알겠더라”

김래원이 이 역할을 맡으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캐릭터의 무게감이었다. 처음 그가 느낀 유건은 무거웠다. 영화에서는 ‘꼴통’짓도 많이 하고 교도소에서 사고를 치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서 유건은 조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래원은 나현 감독과 긴 시간 회의 끝에 초반 캐릭터를 약간 가볍게 잡기로 결정했다. 박장대소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작은 재미를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의 생각이 옳았던 건지 되묻기도 했다.

“그냥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유건과 익호가 둘 다 무게를 잡으면 밸런스가 무너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유건이 가볍게 시작하다가 점점 무게를 더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초반에 경쾌하게 가면 관객들도 좀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아무래도 상영영화이기 때문에 ‘재미’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도 있으니 큰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볍게 가도록 가장 주의를 했죠.”

강렬한 몸싸움도 벌였다. 깡다구가 넘치는 꼴통 기질의 유건과 양아치 건달 창길(신성록)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김래원과 신성록은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서 나뒹굴고 옆구리를 깨물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개싸움’을 벌였다. 또 김래원은 재갈을 물고 물구나무 자세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물구나무 자세로 있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과하게 힘을 쓰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해바라기’(2006)때를 언급하며 “그 때는 마지막 장면을 찍고 일주일동안 링거주사를 맞았다. 온 몸에 멍이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라며 “지금은 요령이 생기니까 조절을 한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저만 생각해야 하는 연차는 아니더라고요. 예전에는 제 것만 주구장창만 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그 사람들을 챙기고 이끄는 것이 주연의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한석규 선배님과 낚시 친구, 배려심에 늘 감동”

관객들에게 영화 ‘프리즌’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연기의 대가인 한석규와 김래원의 연기 호흡일 것이다. 두 사람은 7년 전부터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던 사이로 시간이 되면 바다낚시를 하러 2박 3일간 섬에 다녀오는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김래원은 일명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라며 형제와 같은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김래원이 ‘프리즌’을 통해 다시 한 번 한석규에게 반했다고.

“다들 한석규 선배가 러브콜을 해서 제가 ‘프리즌’에 합류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영화사에 먼저 제안을 받았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석규 선배께서 라인업을 들어보시고 ‘래원이랑 하면 정말 좋겠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선배는 제게 전화를 안 하셨거든요. 혹시나 자신이 연락을 하면 억지로 참여할 수도 있으니 일부러 안 하신 것 같았어요. 제가 좋은 판단을 내리길 기다리신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 후배들에게 배려하시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죠.”

막역한 사이지만 현장에서 김래원은 오히려 더 깍듯하게 한석규를 대했다. 감정 연기를 해야할 때 서로를 위해 말을 아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배우들이 건방지다 오해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마음을 아셨는지 내게 ‘좀 편하게 대해라’며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다”라며 “처음엔 말을 잘 못했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고 하셔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내가 또 할 말 못할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SBS 연기자시상식에서 한석규와 김래원은 ‘낭만닥터 김사부’와 ‘닥터스’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을 받고 나서는 특별히 서로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고 하면서 “저희가 보통 바다낚시를 하러 다녀서 겨울에는 잘 만나지 못한다. 연락을 한두 번 정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내가 선배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참 한결같아서 존경해요.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조차 늘 같으세요. 처음에는 다정한 설정인 줄 알았어요.(웃음) 매일 20~30분씩 가족들과 통화를 하세요. 형수님과 존댓말로 대화하시더라고요. ‘첫째는 뭐해요, 둘째는 뭐해요. 우리 막둥이는 뭐하나. 좀 바꿔주세요’라고 안부를 물어보시고는 꼭 ‘보고 싶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게 맞는 건데 하기가 참 힘들잖아요.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죠.”

이런 모습이 부럽지는 않은지 은근슬쩍 연애 계획을 물어보자 김래원은 “아,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하며 “하지만 부럽긴 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갓’래원? 잠깐 우쭐했지만 이제 안 믿어”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펀치’, 영화 ‘어린 신부’, ‘해바라기’, ‘강남1970’까지 장르불문 탁월한 연기력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래원은 ‘갓’래원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을까. 그는 “알고 있다”라고 답하면서도 “그런데 저한테만 붙은 것은 아닌 것도 알고 있다”라고 하며 웃었다.

“‘펀치’찍을 때, 감독님께서 ‘갓정환’, ‘갓래원’이라고 하셔서 잠깐 우쭐했던 적도 있었어요.(웃음) 알고 보니까 제게만 붙은 수식어는 아니었더라고요. 그래도 믿고 보신다니 감사하죠. 사실 저는 연기할 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연기를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대로 연기를 하자는 식이예요. 되게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잘 써주세요.(웃음) 현장에 있다보면 기술적으로 연기를 할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가 있는데 후자일 때 어떻게 연기할 거냐고 물어보는 감독님이 가끔 계세요. 그러면 참 난감하죠. 그럴 땐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해볼게요’라고 답해요. 어쩌면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데 저도 제가 어떻게 연기가 나올지 잘 몰라서 그래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저도 상대방 연기에 따라 어떤 반응으로 연기할지 늘 궁금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래원이 연기를 하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배우는 연출의 좋은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직까지는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주도해서 연기를 하지만 연출자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고 나는 그 의도대로 잘 움직이는 도구가 되면 된다”라며 “그렇다고 수동적인 도구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의견충돌도 있겠지만 다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부딪치는 거다. 그러면서 ‘나’라는 도구도 잘 다듬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리즌’이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적어도 돈과 시간을 내 온 사람들에게 낭비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제 팬 미팅도 (팬 분들이)돈을 내고 오시는 줄 몰랐어요. 그때부터 정말 부담스럽고 죄송스럽고 하더라고요.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개봉 때까지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서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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