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박슬기 “11년 리포터 생활, 기억 남는 인터뷰이는 조인성”

입력 2017-09-27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베레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2004년 MBC ‘팔도모창가수왕’에 나가 박정현의 노래를 불러 박명수에게 “어디 아파요?”라는 혹평 아닌 혹평(?)을 들었지만 대상을 받은 후 박슬기는 ‘방송인’이라는 길을 걷게 됐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005~2006)’, 드라마 ‘에일리언 샘(2006)’, ‘그래도 좋아’(2007~8), ‘너는 내 운명’(2008~9), 영화 ‘몽정기’(2005), 뮤지컬 ‘넌센스’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어릴 적에는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안 본 곳이 없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오디션 안 가본 데가 없어요. 그런데 다 탈락했죠. 솔직히 말해서, 제 외모가 예쁜 편은 아니잖아요? 마지막으로 나간 게 바로 ‘팔도모창가수왕’이었어요. 그 때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는 게 낙이었어요. ‘아하 노래연습장’이라고 한 시간에 5000원이었어요. 주인아저씨가 서비스 시간도 많이 주셨는데.(웃음) 그런데 친구들이 제가 박정현 씨 노래하는 걸 듣고는 비슷하다고 해서 모창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그 때 상품으로 받은 냉장고 아직 집에 있어요. 아주 잘 돌아갑니다~ 하하.”

‘박슬기’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MBC ‘섹션 연예통신’에서 리포터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2006년도에 시작해 어느덧 11년을 채웠다.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그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요소가 다 작용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다. 나 말고도 동생이나 두 명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전단지 아르바이트 등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방송활동을 하게 됐고 지금 여기까지 온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끼고 살았다. 엄마 덕분에 알뜰하게 사는 법을 배운 것 같다”라며 “하지만 내가 방송인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돈을 벌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하진 않았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11년을 리포터로 살아왔다. 신혼여행과 런던 올림픽 출장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취재를 빠지지 않았다고. 박슬기는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지나버린걸 깨닫고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왜 직장인들이 하는 말 중에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라는 말이 있잖아요. 참 잘 버틴 것 같아요.(웃음) 저라고 왜 슬럼프가 없었겠어요. 누구나 다 그렇듯 내가 서 있는 곳이 있어야 할 곳인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주변 분들께서 응원과 조언을 해주셔서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이 일을 좋아하게 됐어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먼저 꺼내보기도 하고요. 열심히 살아야죠.”

박슬기는 리포터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매번 좋을 수 없듯이 그 역시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부지기수였다. 성격이 과묵하거나 조심스러운 연예인을 인터뷰이로 만났을 때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이 그의 직업이지만 노력을 해도 되지 않았을 때 속상하기도 했다.

“요즘은 연예인 분들이 각자 소셜미디어로 사생활 등을 팬들에게도 알리시니까 인터뷰 하실 때도 시원하게 답을 잘 해주세요. 질문을 받아도 재치 있게 받아치는 분들도 많고요. 스스럼없다고 해야 될까요? 예전에는 열애설 등을 묻는 건 참 민감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연예 프로그램인데 안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인터뷰 전부터 한참 고민하며 질문 했는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시거나 아예 답을 안 하시면 참 난감했죠. 답 못해주시는 분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요. 사생활인데 답하기 불편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와는 반대로 박슬기에게 가장 좋은 인터뷰이는 누구였을까. 한참을 생각한 후 그는 조인성이라고 답했다. “카메라 밖에서도 사람을 챙기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박슬기는 “인터뷰를 하다 보면 배우들이 가끔 망가져야 할 때가 있기도 하다. 조인성은 그런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는 인터뷰이”라며 고마웠던 기억을 꺼냈다.

“영화 ‘더 킹’으로 인터뷰를 할 때였어요. 그 때 저희가 예전 ‘논스톱’ 시절 영상을 준비했었거든요. 재미있게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논스톱’은 조인성 오빠가 신인 배우였을 때 연기를 했던 거라 오빠가 좀 쑥스러워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영화 장르가 또 밝은 건 아니어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인성오빠가 보면서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또 ‘상암 MBC 오고 싶었는데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너무 감동 받아서 일기도 썼어요. 하하.”

→ 베레랑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컬쳐마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