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아 “설레며 시작한 ‘키스 먼저’…잔인하게 아플 줄 몰랐죠”

입력 2018-05-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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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아는 최근 종영한 SBS ‘키스 먼저 할까요?’를 통해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시한부 설정의 영향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진제공|굳피플

■ 어른 멜로 ‘키스 먼저 할까요?’ 끝낸 김선아

감우성과 작품 놓고 끊임없는 대화
시한부 사랑, 힘들어도 행복한 추억
예지원과 ‘월미도 댄스’…최고였죠


배우 김선아(43)는 심장이 뛰는 삶을 꿈꾼다. 심장을 뛰게 하는 대상이 남자이든 아니든, 또 상황이 어떻든 간에 “두근두근”거리는 설렘 속에서 살고 싶다. 그는 “나이를 떠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심장이 죽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억지로는 아니지만 조금 더 활기차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스스로 감정을 다독이고 있다.

김선아의 이 같은 긍정적인 마인드는 2011년 SBS ‘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인생의 인물을 연기한 이후부터다. 그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더라.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는 시한부 삶을 사는 남자의 상대역을 맡으면서 더더욱 삶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커피숍에 장식되어 있는 꽃을 보고 설레지 않으면 심장이 죽은 게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그 안에서 설렘을 느끼고 싶다. 사소한 변화이지만 고맙다는 표현이 서툴렀는데 지금은 바로바로 얘기한다. 낯을 가리는 성격도 많이 나아졌다. 사소한 것이지만 제가 설정한 기준 안에서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의 김선아(왼쪽). 사진제공|SM C&C


극중 시한부 설정에 대해 그는 “잔인할 정도로 내용이 아파서, 찍는 내내 힘들었다. 하지만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서로 보듬고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희망과 미음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선아가 스스로 밝은 기운을 내고 싶다는 마음은 지난 5년간 아픔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을 맡아오면서 더욱 강해졌다.

그는 “스스로 가라앉는 느낌이 싫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도 제목만 보면 설레는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 줄 몰랐다.(웃음)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쿡쿡 박혔다. 아마 떨쳐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촬영을 마치고 눈물이 나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왜 실감이 나지 않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힘듦과는 별개로 연기하며 느끼는 격심한 ‘감정의 변화’는 배우로서 다른 의미에서 쾌감을 안겨줬다. 김선아는 상대역 감우성에 대해 “저보다 감성이 10배는 여린 것 같다”면서 “감우성과 작품을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배우로서 가장 행복했다. 짬이 날 때마다 서로 고민하며 합을 맞춰가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웃는다.

그 과정은 지금도 김선아의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특히 배우가 여러 작품을 하면서 시청자에게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을 남기기 쉽지 않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는 자신에게 오랫동안 추억될 작품이다. 극중 예지원과 인천 월미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베스트5에 꼭 들어가”고 “기분이 꿀꿀하다 싶으면 찾아 볼 만큼” 동성배우와의 호흡은 그에게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다.

김선아가 연기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왼쪽)과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 사진제공|MBC ‘내 이름은 김삼순’·SM C&C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를 촬영하며 자신의 최고 히트작인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화두에 올려놓기도 했다. 김삼순이란 인물의 13년 뒤 모습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과 닮아있지 않을까라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초반 비슷한 향기를 풍긴 부분이 있어 두 인물이 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2018년의 삼순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딴 빵집을 지방에 여러 개 내고 있지만 남의 손에 매장을 맡길 것 같지 않다. 일일이 체크하러 다니고 있지 않을까. 하하!”

주변 반응도 비슷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선아가 양푼비빔밥을 먹는 장면의 영상을 지금도 메시지로 받는다는 그는 “그럴 때 마다 저는 ‘이거 나 아닌데?’라고 대답한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한창 다이어트 할 때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상대가 껌을 씹고 있으면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눈이 입에 고정된다.(웃음) 운동을 하지 않은 지도 8년 정도 됐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데 잔부상이 많아 못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아예 안 하고 있다. 대신 아무 생각 없이 맛있고 즐겁게 먹으면 살이 안 찌는 것 같다. 지금은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먹는다.”

배우 김선아. 사진제공|굳피플


내면의 밝은 기운을 마구 뿜는 김선아다. 그는 “나문희 선생님은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소감을 전해주신다. 선생님의 ‘쉬지 말고 하라’는 말씀에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려고 한다. 심신을 추스르고 밝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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