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스터 션샤인’을 시작으로 ‘스물다섯 스물하나’ ‘악귀’ 등 안방극장에 내놓은 주연 드라마를 모두 흥행시킨 김태리가 1년 만에 컴백, 시청률 사냥에 나선다.
12일부터 방송되는 tvN 새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극중 김태리는 윤정년 역을 맡았다.
◯긴 머리도 ‘싹둑’…3년 동안 소리부터 사투리 공부
이번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 중인 김태리의 컴백작이라는 점과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국극을 소재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국극은 창, 전통무용 등으로 종합 구성된 극으로 출연진이 모두 여성들로만 꾸며지는 게 특색이다.
김태리는 첫 방송을 앞두고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처음에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를 접했을 때 ‘왜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가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막상 시작해 보니 더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라는 말처럼 김태리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3년간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2021년 출연 제의를 처음 받은 순간부터 “이거다” 싶어 그때부터 소리 수업을 받았다. 또 고향인 목포에서 상경한 설정에 따라 전라도 사투리를 입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했다.
“책과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하면서 무용, 목포 사투리, 무대 연기 등을 배웠어요. 힘든 만큼 어금니를 깨물고 연습했죠. 재미있는 점은 (국극이)시대는 다르지만 요즘 아이돌 팬덤 문화와 비슷하다는 거예요. 아이돌 시스템을 거쳐 유명해지고, 국극 배우를 선망하는 친구들이 연습생으로 들어오는 과정도 요즘 시대와 맞닿아 있어요.”
김태리는 과거 영화 ‘아가씨’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선보인 사극 톤이나 한복 의상에 꽤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고 적잖이 고민했다.
“저도 그렇고, 사실 감독님이 ‘분장이 괜찮을까’하고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고증을 따르면 화장이 더 짙어야 하거든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논의를 거친 후 드라마적 허용으로 순화해 표현하기로 했죠.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신선한 재미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말투는 신기하게도 제 입에 착착 감길 정도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작가님이 ‘아가씨’ 속 남숙희 캐릭터를 모티브 했다는 걸 알고 정말 감사했어요.”
◯신예은, 라미란과 ‘케미스트리 100%’
김태리는 극중 신예은을 비롯해 라미란, 문소리 등과 호흡을 맞춘다.
신예은은 노래면 노래 춤, 연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탄탄한 실력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집안 배경까지 갖춰 이른바 ‘성골’ 출신이다. 실력만 가지고 태어난 김태리와 상반되는 캐릭터다.
라미란은 김태리의 스승이자 국극단 단장 강소복 역을 맡았다. 극중 상당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김)태리가 출연한다고 해서 하게 됐다”며 웃는 라미란은 “여성국극이라는 장르를 소재로 한다고 하면 그게 배경이 되기가 쉽다. 그런데 배우의 이야기, 다양한 공연들이 실제로 나오는 게 정말 좋았다. 그 공연을 정성스럽고 심도 있게 만들어 주신 부분이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