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이 김새론 의혹에 대해 입장을 직접 밝혔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김수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김수현과 법률대리인 김종복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참석했다. 김수현은 처음 논란이 불거진 10일 이후 20일여 만에 이날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김수현은 “먼저 죄송합니다. 저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분이 고통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인도 편히 잠들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가진 것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피해를 볼까 무서워했습니다. 도망치고 부정하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라고 울먹였다.
김수현은 “그냥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모든 걸을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랬으면 저를 사랑해주는 팬들, 기자회견까지 말할 할 수 없이 애써준 회사 식구 다 이토록 괴롭지는 않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와 고인의 사생활이 폭로될 때마다 ‘내일은 다 이야기하자, 직접 말하고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자’는 생각을 계속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망설이게 됐습니다. ‘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시 나와 모두를 잘못되게 하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 방영 당시에 고인이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와 고인은 5년 전 ‘눈물의 여왕’이 방영되기 4년 전에 1년 정도 교제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교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이런 제 선택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와 고인 사이 일들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들을 믿지 못하고 해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김수현은 “저는 배우가 되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원래 저는 가진 게 많지 않은 사람인데 지킬 게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눈물의 여왕’이 방영되고 있을 때도 주연 배우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만약 몇 년에 사귀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싶었습니다. 제작사, 배우, 스태프, 회사 식구 다 어떻게 되는 걸까 싶었습니다. ‘인간 김수현’과 ‘스타 김수현’의 선택이 엇갈릴 때마다 늘 ‘스타 김수현’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매일 두려웠습니다. ‘스타 김수현’이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 선택한 ‘모든 것이 내게 독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할까’ 두려웠습니다. 만약 다시 ‘눈물의 여왕’ 방영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그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선택을 비겁하거나 이기적이라고 비판한다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그리고 절 아껴준 모든 분에게 사과드립니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김수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불안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이 또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조언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좋게 좋게 가자’고. ‘리스크 관리하려면 적당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이라’며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컴백 준비를 하라’고요. 그 말을 들었다면, 저와 고인의 사생활이 이렇게까지 폭로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매일 ‘무슨 사진을 올리겠다’ 등 협박을 받거나 사생활로 모욕당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를 협박하면서 거짓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라는 강요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저는 고인이 미성년자이들 교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소속사가 고인 채무를 압박해 고인이 사망한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김수현은 “(고인과 저) 둘 다 배우라는 점을 빼면 저와 고인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연인이었습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났고 시간이 지나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 뒤로 고인과 좀처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연인과 마찬가지로 헤어진 사이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기도 했고, 같은 소속사에 있었을 때는 어떻게 지내는 알고 있어서 더 그랬습니다. 그래서 고인이 음주운전 사고를 겪었을 때도 쉽게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고인 유족을 대변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마지막 소속사 대표가 고인이 음주운전 당시 김수현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하는데 당시 고인은 교제 중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수현은 “제 말이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가만히 있고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늘 과분한 사랑을 받는 만큼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사실이 아닌 일도 사실처럼 돌아다닙니다. 그 또한 제가 감당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인 유족은 제가 고인 전 남자친구라는 이유로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면서 김새론 마지막 소속사 대표가 이전과 다른 말을 했던 사실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또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비교를 통해 유족 측이 제기한 증거도 일부 반박했다.
김수현은 “왜 고인의 마지막 소속사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며 “유족 측이 제기한 대화 내용이 고인이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와의 나이 차이를 틀릴 수도 없고, 4년간 몸담은 회사 계약 기간을 모를 수도 없습니다. 신인 캐스팅이나 비주얼 디렉팅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유족측이 절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이라고 프레임을 씌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과 2016년 대화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검증된 기관을 통해 과학적으로 대화 내용을 분석할 결과, 2016년과 2018년이 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반박 증거를 내면 유족 측은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 공개합니다. 편집된 증거를요. 제가 고인과 교제했다는 빌미로 가짜 증거로 협박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수현은 “제가 선택한 것은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모든 것들이 아실이 아닙니다. 제가 검증 절차를 진행했던 것처럼 이제 유족 측도 그간 공개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해 검증절차에 임해주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김수현은 “저에게는 이 순간에도 저만 바라보고 있는, 제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그 사람들이 매일 고통 받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폭로하고 왜곡해서 저를 살인자로 몰아갈지 두렵습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면 또 어떤 가짜 증거로 제 명예를 훼손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요에 못 이겨 거짓을 진실이라고 한다면, ‘인간 김수현’, ‘스타 김수현’에게 믿음과 사랑을 준 모든 사람을 배신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에게 ’인간 쓰레기를 좋아했다‘고 ’김수현에게 속은 거라‘고 고통을 주게 됩니다. 제가 아무리 연예인으로서 가면을 쓰고 사는 김수현이라도 그것만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울었다.
김수현은 “제가 한 일은 한 것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도 다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도 믿어주는 모든 분을 위해 그것만은 밝히고 싶습니다. 저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꼭 증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 결백을 증명할 것임을 밝혔다.
김종복 변호사도 추가로 진행 상황을 알렸다. 김종복 변호사는 “김새론 유족과 이모라고 주장하는 인물, ‘가세연’ 운영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진행합니다. 금일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12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접수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는 수사기관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할 방침입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김새론 유족을 대변자로 나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약칭 ‘가세연’)는 10일 방송을 통해 김수현과 김새론이 6년간 교제했던 사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수현과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1차 입장문에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가세연’이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폭로와 교제 추정 자료 등을 내놓자, 김수현과 골드메달리스트는 2차 입장문에서 교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성년자 시절이 아닌 성인 때 만난 사이’라고 강조했다.
‘가세연’은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김수현이 김새론에게 보냈다는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파장은 커졌다. 여론 역시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결국 김수현과 골드메달리스트는 추가 공식입장 대신 기자회견을 결정했다.
그리고 내용은 결백 주장. 이제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울먹이며 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김수현 결백은 사실일까. 향후 법적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