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다만, 영리한 배우는 많지 않다. 제 위치와 색깔, 작품 방향성과 캐릭터 정체성을 알고 연기하는 배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제훈은 영리한 배우에 가깝다. 제 쓰임을 분명히 안다. 장르 배분에 있어서도 그 간극의 차를 정확히 하는 배우다. 그 매력은 지난 13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연출 안판석 극본 이승영)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는 작품. 이제훈은 예리한 통찰력과 판단력을 가진 협상 전문가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인수, 합병을 추진해 일명 백사(白蛇)라 불리는 ‘M&A계의 전설’ 윤주노라는 인물을 맡아 열연했다. 한동안 액션 연기를 하던 것과 달리 오랜만에 연기하는 정적인 연기였지만, 이제훈 특유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빛났다는 평가다.
“영화 ‘탈주’를 찍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구강 액션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웃음) 그런데 막상 이렇게 ‘협상의 기술’을 촬영하는데 어려운 대사도 많고 대사도 상당했어요. 그래서 또 차라리 몸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지금은 또 다시 정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시그널2’, ‘모범택시2’를 찍으니 힘들더라고요. (큰 웃음) 물론 백발도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캐릭터 시그니처니까 매 촬영마다 세 시간씩 일찍 와서 특수 분장처럼 백발 세팅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캐릭터 외적인 분위기가 주는 힘이 있어요. 백발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백발 연기를 하려면 70~80세는 되어야 하잖아요. 다른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언제 이런 연기를 해볼까 싶어요.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어요. 자랑스러워요.”
유독 윤주노라는 인물에 심취한 이제훈. 경험에서 나오는 인물에 대한 동경일까. 이제훈은 윤주노 같은 현명함을 닮고 싶다.
“윤주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못해낼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정성이라고 할까요. 윤주노 사고와 행동에는 진정성이 있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면, 상대 역시 진정성 있게 행동해요. 감정에 치우친 결과 도출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더라고요. 하지만 윤주노처럼 나도 상대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을 모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좋은 결과가 나와요. 그런 점을 닮고 싶어요. 과거 제 모습을 생각하면 감정적인 면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윤주노를 알았으니 윤주노처럼 행동하려고 해요. 이 작품에서 많이 배운 점입니다.”
윤주노가 이제훈이라는 한 사람을 자극했다면, 안판석 감독은 배우 이제훈을 흔들었다. 이제훈은 안판석 감독을 만난 이전과 이후가 다를 정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안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안판석 감독님은 인물과 인물이 만났을 때 나오는 감정과 그 선을 따라가세요. 배우들이 인물처럼 생각하고 사고하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요. 특유이 결이 있으세요. 많은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안판석 감독님 작품을 봤을 땐 어떤 정보를 보지 않아도 감독님 작품인 게 보여요. 안판석이라는 ‘인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그 인장을 받은 것 같아서 영광스러워요. 어떤 분야의 이야기도 감독님만의 색깔로 사람들의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세요. 어렵지 않게요. 탁월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 필모그래피 중에는 유독 사랑 이야기가 많은데 ‘협살에 기술’에는 없잖아요. 다음에는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하는 사랑 이야기에 출연하고 싶어요.”
안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다. 하지만 올해 이제훈에게 휴가란 없다. ‘시그널2’, ‘모범택시3’ 촬영이 환창이다. 연이어 시즌제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사실 애초 시즌제를 염두하고 쓴 작품들은 아니에요. 의견이 모아지니 시즌제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특히 ‘시그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10년 만이잖아요. 감개무량해요. 흥분도 되고요. ‘차라리 열릴 결말로 끝내지’라는 의견도 봤어요. 하지만 대본을 봤을 때 이보다 더 완벽한 후속작은 없다고 감히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은희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대본을 본 사람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촬영 중입니다. 10년을 기다려준 작품 팬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모범택시3’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세상이 답답하잖아요. 그런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시즌3 역시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릴 겁니다. 즐길 준비 해주세요. (웃음)”
쉴 틈 없이 촬영에 한창이지만, 행복하다는 이제훈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렵게 시간을 빼 ‘협상의 기술’ 후일담을 전하는 것부터 차기작에 대한 비화를 전하는 일까지 이제훈은 즐겁다. 개봉을 앞둔 영화 ‘소주전쟁’에 대한 깨알 홍보도 잊지 않는다. 소속사 대표로서, 배우로서 제 본분을 잊지 않는다. 확실한 자기 PR까지.
“배우로서 제 위치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 가성비 좋은 배우입니다. 협상할 필요가 없는 배우죠. 쓸만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출연료)을 생각했을 때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이 끝이 아닌 다음이 있는 배우요. 저 가성비 좋으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하하하 (큰 웃음)”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는 작품. 이제훈은 예리한 통찰력과 판단력을 가진 협상 전문가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인수, 합병을 추진해 일명 백사(白蛇)라 불리는 ‘M&A계의 전설’ 윤주노라는 인물을 맡아 열연했다. 한동안 액션 연기를 하던 것과 달리 오랜만에 연기하는 정적인 연기였지만, 이제훈 특유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빛났다는 평가다.
“영화 ‘탈주’를 찍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구강 액션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웃음) 그런데 막상 이렇게 ‘협상의 기술’을 촬영하는데 어려운 대사도 많고 대사도 상당했어요. 그래서 또 차라리 몸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지금은 또 다시 정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시그널2’, ‘모범택시2’를 찍으니 힘들더라고요. (큰 웃음) 물론 백발도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캐릭터 시그니처니까 매 촬영마다 세 시간씩 일찍 와서 특수 분장처럼 백발 세팅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캐릭터 외적인 분위기가 주는 힘이 있어요. 백발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백발 연기를 하려면 70~80세는 되어야 하잖아요. 다른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언제 이런 연기를 해볼까 싶어요.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어요. 자랑스러워요.”
유독 윤주노라는 인물에 심취한 이제훈. 경험에서 나오는 인물에 대한 동경일까. 이제훈은 윤주노 같은 현명함을 닮고 싶다.
“윤주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못해낼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정성이라고 할까요. 윤주노 사고와 행동에는 진정성이 있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면, 상대 역시 진정성 있게 행동해요. 감정에 치우친 결과 도출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더라고요. 하지만 윤주노처럼 나도 상대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을 모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좋은 결과가 나와요. 그런 점을 닮고 싶어요. 과거 제 모습을 생각하면 감정적인 면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윤주노를 알았으니 윤주노처럼 행동하려고 해요. 이 작품에서 많이 배운 점입니다.”
윤주노가 이제훈이라는 한 사람을 자극했다면, 안판석 감독은 배우 이제훈을 흔들었다. 이제훈은 안판석 감독을 만난 이전과 이후가 다를 정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안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안판석 감독님은 인물과 인물이 만났을 때 나오는 감정과 그 선을 따라가세요. 배우들이 인물처럼 생각하고 사고하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요. 특유이 결이 있으세요. 많은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안판석 감독님 작품을 봤을 땐 어떤 정보를 보지 않아도 감독님 작품인 게 보여요. 안판석이라는 ‘인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그 인장을 받은 것 같아서 영광스러워요. 어떤 분야의 이야기도 감독님만의 색깔로 사람들의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세요. 어렵지 않게요. 탁월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 필모그래피 중에는 유독 사랑 이야기가 많은데 ‘협살에 기술’에는 없잖아요. 다음에는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하는 사랑 이야기에 출연하고 싶어요.”
안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다. 하지만 올해 이제훈에게 휴가란 없다. ‘시그널2’, ‘모범택시3’ 촬영이 환창이다. 연이어 시즌제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사실 애초 시즌제를 염두하고 쓴 작품들은 아니에요. 의견이 모아지니 시즌제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특히 ‘시그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10년 만이잖아요. 감개무량해요. 흥분도 되고요. ‘차라리 열릴 결말로 끝내지’라는 의견도 봤어요. 하지만 대본을 봤을 때 이보다 더 완벽한 후속작은 없다고 감히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은희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대본을 본 사람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촬영 중입니다. 10년을 기다려준 작품 팬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모범택시3’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세상이 답답하잖아요. 그런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시즌3 역시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릴 겁니다. 즐길 준비 해주세요. (웃음)”
쉴 틈 없이 촬영에 한창이지만, 행복하다는 이제훈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렵게 시간을 빼 ‘협상의 기술’ 후일담을 전하는 것부터 차기작에 대한 비화를 전하는 일까지 이제훈은 즐겁다. 개봉을 앞둔 영화 ‘소주전쟁’에 대한 깨알 홍보도 잊지 않는다. 소속사 대표로서, 배우로서 제 본분을 잊지 않는다. 확실한 자기 PR까지.
“배우로서 제 위치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 가성비 좋은 배우입니다. 협상할 필요가 없는 배우죠. 쓸만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출연료)을 생각했을 때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이 끝이 아닌 다음이 있는 배우요. 저 가성비 좋으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하하하 (큰 웃음)”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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