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헬로우 걸~’.

별안간 작품을 뚫고 나와 실제 음악방송까지 진출한 캐릭터가 있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크리에이터 신원호 이우정 연출 이민수 극본 김송희)에서 종로 율제병원 레지던트 산부인과 1년 차 엄재일이다. 아이돌 ‘하이보이즈’ 출신이 엄재일은 매일 꾸중을 듣기 일쑤지만 마음속 열정만큼은 동기들 중 그 누구보다 뜨겁다. 타고난 넉살과 능청스러운 성격으로 산부인과 환자들은 물론 간호사들까지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런 엄재일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강유석은 작품 종영 후 Mnet ‘엠카운트다운’(약칭 엠카) 무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음악방송 무대까지 오르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사실 엄재일 캐릭터로 감독님과 미티할 때 ‘춤 잘 추냐’고 묻더라고요. 거짓말 할 수 없어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어요. 정말 춤을 못 추거든요. (웃음) 그런데 캐스팅이 결정되고 춤 선생님을 붙여주시는 거예요. 매일 춤 연습을 했어요. 처음에는 노래방 기계 속 자료화면, 김사비(한예지 분)와 함께 춤추는 장면만 촬영하면 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이왕 찍은 거 아까우니 방송 끝에 뮤직디오처럼 붙여 줄게’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유튜브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엠카’가 잡힌 거예요. 몹시 당황스럽고 공포 그 자체였어요.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시 춤 연습을 3시간씩 해서 무대에 올랐어요. 함께해준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게 생각해요.”

특별한 이벤트였지만, 하이보이즈 음악방송 출연은 강유석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도 생겼다. 이른바 ‘하이보이즈’ 인사법. “친구들은 다 놀리기 바빠요. 이제 배우 안하고 아이돌 하는 거냐고요. 차기작인 ‘서초동’ 팀에서도 놀림거리예요. 이종석 형이 하이보이즈 인사말로 놀려요. ‘엄제이 왔어’라고요. (웃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팀은 음악방송 응원도 와주고 격려도 많이 해줬어요. 인터넷 반응은 웃펐어요. 저와 투바투 연준, 수빈이 춤추는 영상을 본 외국인이 ‘연준 댄서, 수빈 비주얼, 엄제이 닥터’라고 적었더라고요. ‘엑터’도 아니고 ‘닥터’라니 진짜 웃긴 데 슬프더라고요. (박장대소)”

강유석은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통해 대중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다만, 철부지 같은 두 작품 속 캐릭터는 강유석이 풀어야 할 숙제.

“‘폭싹 속았수다’ 속 양은명은 표현에 있어 서툴러요. 반면 엄재일은 직설적이요.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양은명은 툴툴거리면서 속마음과 행동이 다른 반면, 엄재일은 있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편입니다. 같은 면이라면 둘 다 속이 깊어요.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촬영하게 됐는데, 최대한 각 캐릭터에 맞게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폭싹 속았수다’ 공개 후 양은명에 대한 욕이 많았어요. ‘때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공감하는 분들도 계세요. 거울 치료됐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엄재일 성장에 대한 의견도 많아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조잘조잘 말을 쏟아내는 폼이 영락없이 엄재일 그 자체다. 맞춤 캐스팅처럼 강유석 설제 성격은 엄재일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사람 좋아하고 ‘회복 탄력성’ 좋은 부분은 닮았어요. 다만, 엄재일이 저보다 에너지가 더 커요. ‘회복 탄력성’도 좋고요.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저는 회복에 시간이 걸려요. 엄재일은 달라요. 바로 회복돼요. 이런 에너지를 닮고 싶어요. 제 안에 있는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싶어요. 더 밝은 사람으로 좋은 에너지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이미 차기작이 일찌감치 내정된 강유석은 올 여름 또다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서초동’이라는 작품으로 인사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의사가 아닌 변호사입니다. 그동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과 엄재일을 예뻐해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초동’도 많은 시청 부탁합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주 뵙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강유석 되겠습니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