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왜곡-손실 불가피”…‘전독시’ 감독의 고백, 기대만큼 큰 우려 (종합)[DA:현장]

2018년 네이버시리즈 연재 이후 현재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돌파한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화됐다. 약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대규모 스케일로 스크린에 구현된 만큼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2시간의 러닝타임에 담아내려는 시도 속에서, 원작 고유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김병우 감독을 비롯해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가 참석했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영화화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이날 김 감독은 “원작 웹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지 아주 오랜 시간 고민했다. 당시 연재 초반이었기 때문에 이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나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영화화를 어떻게 해야할 지 질문이 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원작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현실과 판타지가 잘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현실 안에서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니까 ‘나만 알던 소설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 원작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었다”며 “또한 극장에서 관객들이 좀 더 참여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도 캐릭터와 출발선상에 동일하게 서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참여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판타지를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하고 재조정할지 각 파트에 계신 모든 스태프들이 까다롭고 민감하게 생각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출발은 현실이지만 영화가 극적으로 가면서 어떤 애티튜드로 연기하는 것이 맞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좋은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은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을까. 먼저 안효섭은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이 제일 컸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영화였다. 영화가 가진 철학에 궁금증도 생겼다. 혼자 살아가지 않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민호 역시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고. 이민호는 “점점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사회 속에서 ‘멸망한 세계에서 결국 인간이 인간을 통해서 힘을 얻고 위안을 받고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는 감성’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수빈과 신승호는 작품이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밝혔다. 나나는 김병우 감독과 제작사에 대한 신뢰 그리고 액션에 대한 갈증으로 도전했다고 털어놨다.

먼저 안효섭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를, 이민호는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을 맡았다. 채수빈은 ‘김독자’와 함께 소설이 현실이 된 순간을 맞닥뜨린 동료 ‘유상아’를, 신승호는 강인한 힘을 지닌 ‘김독자’의 동료 ‘이현성’ 역에 캐스팅됐다. 나나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김독자’의 동료 ‘정희원’을, 지수가 ‘유중혁’을 사부라 부르며 따르는 고등학생 ‘이지혜’를 열연했다. 더불어 권은성이 곤충과 교감하며 ‘독자’ 일행의 여정에 함께 하는 소년 ‘이길영’을 연기했다.

안효섭은 김독자에 몰입하기 위해 “캐릭터로 살아보면서 최대한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맞닥뜨리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다”면서 “스크린 데뷔작으로서 부담은 있었지만 재밌게 본 시나리오를 최대한 열심히 독자 캐릭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에너지 있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독자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최대한 많이 뛰어야 했다. 많이 뛰다 보니 달리기 초수가 줄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 미팅서 만나고 ‘저렇게까지 키가 크고 잘생길 필요는 없는데’ 싶었다. 김독자 캐릭터를 어떻게 보편성 있게 보일까 고민했다”고 거들었다.

이민호는 절세미남 설정과 관련해 “가장 큰 허들이었다”고 농담하며 싱크로율 10%를 강조했다. 그는 “꽤나 초창기부터 제작사 대표님과 소통해왔다. 개인적으로 대놓고 멋있음을 주장하는 캐릭터는 기피하는 성향이다. 결핍에서 시작해서 결핍을 이겨내면 멋있어 보이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유중혁은 원작에서도 엣지가 있는 이미지의 캐릭터라 부담이 됐다. 원작 팬 분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았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채수빈은 “‘유상아’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다들 힘내서 싸우러 갈 때도 혼자 걱정하는 캐릭터라 브레이크를 거는 게 미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감독님과 함께 중간 과정을 찾아갔다”면서 “원래 액션을 했던 배우도 아니고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혼자 헤쳐 나가는 느낌보다는 다같이 만들어내는 느낌이 컸다. 그런 지점에서 많이 배웠다”고 현장을 회상했다.

신승호는 “굉장히 우직하고 단단한 성향을 가진 것과 동시에 외적으로도 큰 바위 같다고 생각했다. 외적으로 강해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나와 닮은 지점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실제 연기자로서 내가 가진 장점들을 최대한 이현성에 녹여보려고 노력했다”며 “무언가를 박살내는데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가 분명히 있겠지만 실제로 정말 많은 힘을 쏟아 보니까 나중에는 온몸에 힘이 빠지더라. 힘으로 문을 꺾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액션에 대한 갈증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선택한 나나는 만족도가 높았다고. 그는 “이전에도 늘 캐릭터 마다 조금씩의 액션은 있어서 매 작품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액션을 배워왔다. 제대로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제대로 했다”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보니 이렇게 대사가 없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액션이 나에게 큰 에너지를 주는 구나 싶더라. 아이돌로 활동해서 그런지 몸을 쓰니까 에너지가 차오르더라. 액션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열정을 불태웠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니 만큼 기대가 큰 ‘전지적 독자 시점’. 하지만 일부 캐릭터 설정 등 원작과 다른 지점에 원작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은 “재밌게 본 소설이었지만 스크린에 펼칠 때 수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싶었다. 현실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세상이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나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판타지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닥칠 문제라는 것을 관객들이 잊지 않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긴장감을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니까”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원작 자체가 유명해서 느끼는 부담보다는 영화로 만든다는 게 우리 모두에게 어려울 일일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굉장히 분량이 긴 소설의 일부를 2시간 영화로 만든다면 불가피하게 왜곡과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원작을 사랑한 팬 중 하나로서 최대한 원작자의 의도와 내가 생각한 재미를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원작에 맞게 수정과 각색이 필요한 지점이 있었다”고 소신 발언했다.

이어 “이 영화 한 편으로 완결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2시간 내에 디자인된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다. 원작이 가진 지점에서 매력 있고 영화적으로 묘사할 만 하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각색하면서 비어있는 부분을 불가피하게 채워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각 캐릭터별 성좌(배후성)와 관련해서도 “아주 방대한 분량의 원작에서 일부분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캐릭터들의 배후성을 소개하는 것이 맞느냐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수가 연기한 ‘이지혜’가 무기로 총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제기된 바. ‘이지혜’는 이순신 장군을 성좌로 둔 캐릭터기 때문. 원작 속 ‘이지혜’는 칼을 사용하지만 영화에서는 총을 무기로 내세우자 원작 팬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김 감독은 “액션을 구현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다수 캐릭터들이 긴 칼을 사용했다. 액션을 다양화시키는 게 시각적으로도 캐릭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극적인 순간에 어떻게 해야 캐릭터성을 폭발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영화를 보시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지혜’가 꼭 지수였어야 하는 이유도 밝혔다. 김 감독은 “배우 캐스팅 기준은 명확했다. 열심히 하는 분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지수는) 첫 미팅부터 열의가 강했다. 리딩할 때도 현장에서 촬영할 때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이지혜 역의 분량이 크진 않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분이 이 역할을 해주셨으면 했다. 지수 씨가 그 안에서 열심히 해주셨고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대와 우려 속에 ‘전지적 독자 시점’은 7월 23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