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재 형과 약간 비슷해졌어요. 어딜 가도 요즘 놀림을 당해요.”

새 솔로 미니 앨범으로 돌아온 장우영은 더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춤을 춰온 습관의 영향인지 1~2kg만 빠져도 변화를 느낀다는 장우영. 그는 이번 신보를 작업하면서 한층 예민해진 탓에 살이 조금 빠졌다고 고백했다.

오랜 공백 끝에 선보이는 미니 앨범이었기에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직전의 미니 앨범은 입대를 앞두고 2018년 1월 선보였던 미니 2집 ‘헤어질 때’. 무려 7년 8개월 만에 지난 15일 미니 3집 ‘I‘m into(아임 인투)’를 발표했다.

“음악을 하면서 점점 나만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기준점도 많이 높아지더라고요. 더 좋은 곡, 더 나은 곡을 찾다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부족한 부분도 느끼고 스스로 자신감도 떨어뜨린 것 같아요. 매너리즘에도 빠지고 우울감도 느끼다가도 ‘그래도 곡을 써야지’ ‘피아노를 알아야지’. 산 속에서 수련하듯이 하고 있더라고요.”

갇혀있던 장우영을 꺼내준 건 음악과 무관한 뜻밖의 경험들이었다. 지난해 가수 정재형의 추천으로 우연히 서핑을 시작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예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는데 피부가 탈까봐, 혹시나 다칠까봐, 겁이 많아서 하지 못한 채 움츠러들기만 했어요.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죠. 그러다 문득 ‘나이가 들면 한계가 있을 텐데 10년 후에 후회 되면 어떡하지?’ ‘몸 쓰는 거 재밌어 하는데 왜 나는 취미가 없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 봐도 괜찮더라고요. 앞선 걱정과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놓아주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음악적 고민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 같아요.”

KBS ‘홍김동전’으로 만나 넷플릭스 ‘도라이버: 잃어버린 핸들을 찾아서’로 이어진 멤버들과 제작진에게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장우영은 “제2의 2PM 멤버들 같다”며 애틋함을 담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제 어깨를 펴고 팔을 벌리고 몸을 일으켜 세워준 분들이에요. 덕분에 용기와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말도 뱉어보고, 이것저것 해봐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구나’ 깨달았어요. 같이 그러고 있으니까 괜찮더라고요. 하하. 제가 뭘 하면 그걸로 재밌어 해주시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오히려 제가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곳인 것 같아요. 힘든 와중에도 홀린 사람처럼 웃으며 집에 돌아올 만큼 즐거워요.”


고민을 내려놓고 자신감을 채우니 내적 동력이 되살아났다. 지난 6월 디지털 싱글 ‘Simple dance(심플 댄스)’를 발표하고 긴 기다림을 끝냈다. 장우영이 직접 작사, 작곡한 ‘Simple dance’는 신스팝 장르의 곡으로 서로의 차가웠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눈부시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불씨를 닮은 춤에 비유했다.

“감사하게도 결과물이 잘 나왔고 음악 방송도 즐겁게 했어요. 오랜만에 노래하고 춤추는 게 즐거운 장우영을 발견할 수 있었죠. 바빴지만 날카로워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최대한 텀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더 빨리 준비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앨범이 바로 ‘I’m into(아임 인투)’다. 장우영이 일상에서 푹 빠진 시간들을 표현한 신보 ‘I‘m into’에는 타이틀곡 ’Think Too Much(Feat. 다민이 (DAMINI))‘를 비롯해 ’Carpet‘(카펫), ’늪‘, ’Reality‘(리얼리티), ’홈캉스‘까지 총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장우영은 이번 앨범 전곡 크레디트에 이름 올리며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타이틀곡 ‘Think Too Much’는 장우영 스스로에게 거듭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17년차 정도 되니까 사람들이 저에게 궁금증이 생기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 노래 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거나 급변한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에는 스토리, 앨범의 주제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았어요. 함께하는 팀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겠냐’고 SOS를 쳤더니 모두가 ‘장우영 씨의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제 이야기를 찾다가 정재형 형, 이적 형과 ‘요정투어’로 일본 도쿄를 다녀왔어요. 형들이 ‘잘하고 있으니 생각 그만해’라고 하더라고요. ‘아 내가 생각이 너무 많구나’. 그런데 ‘Don’t think too much’라고 해도 나는 ‘Think too much’ 할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풀어내봤어요.”

과거 앨범은 주로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 프로듀서와 직접 의견을 나누며 작업했지만, 이번 앨범은 회사 내 다양한 스태프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완성했다.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청담동 사옥 인원이 한 레이블 규모가 됐어요. 소통 방식이 변하면서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사실 전역한 후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지금은 함께하는 직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진영이 형의 조언처럼 받아들이며 소통하고 있어요. 음악적으로 1대1로 고민해주는 분들이니까 진영이 형이 해주신 것과 똑같은 입장이죠. 유능하고 좋은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더 믿음이 생겼고 저 역시 믿음을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존경하고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닮게 된 걸까. 진중한 모습과 권위적이지 않은 수평적 태도에서 묘하게 박진영 프로듀서가 겹쳐 보였다.

“진영이 형은 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분이에요. 눈높이를 맞춰서 들어주시고 소통에 거짓이 없어요. ‘내가 계속 여기서 더 까불어봐야겠다’ ‘더 춤추고 노래하고 더 뛰어다녀봐야겠다’ 싶어요. 형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것 같아요.”


겸손의 미덕이 흘러넘쳤지만 장우영이 속한 2PM이 있었기에 지금의 JYP엔터테인먼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PM의 활약이 굳건한 초석이 되어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2PM의 기여도를 가시적인 규모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장우영은 “주차 중요하지 않냐. 사옥에서 주차할 수 있는 지하층은 2PM이 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위로는 진영이 형을 비롯한 동료, 후배 분들이 쌓아 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아끼는 후배 그룹 데이식스가 잘 되어서 기쁘다면서 “같은 팀(JYP엔터테인먼트)에 있다는 것도 영광”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팀 활동하는 친구들을 마주칠 때 이름을 잘 모르거나 대화를 많이 안 해봤어도 마음이 쓰여요. 후배여도 팀 생활, 숙소 생활, 앨범이 잘 될 때나 혹은 안 될 때 등 느끼는 것들은 비슷하니까 동병상련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계속 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혼자 있을 때는 윗층에 누가 있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회사 안에 있다 보니까 더 바르게, 올곧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해요.”

7년 만에 솔로 가수 활동에 물꼬를 틔운 장우영. 그렇다면 2PM의 완전체 컴백은 어디쯤 와 있을까. 2PM의 마지막 앨범은 2021년 6월 발표한 정규 7집 ‘MUST(머스트)’. 2023년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단독 콘서트 ‘2PM 15th Anniversary Concert 〈It‘s 2PM〉’을 개최했다.

현재 장우영, 준케이, 닉쿤을 제외한 옥택연, 황찬성, 이준호 등 멤버 절반이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 각자 개인 활동으로 바빠 완전체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모일 순간을 위해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팬들의 기다림이 길어질 수는 있어도, 2PM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멤버들과 만나면 옛날 이야기나 웃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할 건지, 몇 회 할 건지 회사에 물어보고 서로 체크해주고요. 의욕은 늘 불타 있는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두터워지다 보니까 더 조심스러워서 시기가 미뤄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대화는 끊이지 않아요. 단톡방에서도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좋겠어요.”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