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호러 영화 감독 반종 피산타나쿤, 사진제공|쇼박스

태국 호러 영화 감독 반종 피산타나쿤, 사진제공|쇼박스


한국 제작사가 ‘호러 영화 강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와 잇달아 손잡고 있다. 한국의 정교한 제작 노하우가 귀신과 전설, 금기 등 동남아 특유의 토속 공포와 결합하며 새로운 장르 영화 흐름을 만들어가는 인상이다. 

북미 연예매체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충무로 제작사 루이스픽쳐스가 ‘셔터’, ‘랑종’을 연출한 태국 대표 호러 거장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과 손을 잡고 심리 호러 영화 ‘타니’를 젲가한다. 태국 전설 속 바나나 나무에 깃든 여성 정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출장지 태국에서 정체불명의 여인에게 매혹된 한국인 기혼 남성이 겪는 악몽을 그린다.

베트남에서는 CJ ENM의 현지 법인 CJ HK 엔터테인먼트가 움직였다. 최근 베트남 호러 전문 제작사 프로덕션Q와 손잡고 신작 ‘더 데몬 프린스’ 제작에 착수했다. 고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방랑 이야기꾼이 악마 왕자의 탄생을 다룬 금기의식을 전하다 정체불명의 인물을 만나며 벌어지는 공포를 담았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옴니버스 호러 영화 ‘귀시’에는 5개의 에피소드 중 하나가 베트남을 무대로 해 눈길을 끌었다. 현지 로케이션 촬영은 물론 응옥 수안, 엠마 레 등 현지 배우들도 출연했다.

영화 ‘귀시’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영화 ‘귀시’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이처럼 한국과 동남아시아 협업 확산 배경에는 ‘동남아시아 영상 콘텐츠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태국과 베트남 등 전통적으로 공포물의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극장가 모두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귀신과 주술, 금기 등 토착 신앙에 기반한 호러 스토리텔링은 현지 관객에게는 친숙하고 동시에, 해외 관객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또한 비용 효율성과 로케이션의 다양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글과 고대 유적 등 특색 있는 촬영지를 비교적 낮은 제작비로 촬영 가능해 ‘로케이션이 캐릭터가 되는 영화’를 만들기 유리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기획력과 동남아의 독창성이 결합할 경우 국제 배급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배급망·마케팅 역량이 동남아시아 특유의 강렬한 아이디어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단순 수입이나 유통이 공동 개발·제작 단계로 협업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