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조진웅의 ‘도피성 은퇴’ 선언…피해자 사과는 끝내 없었다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은퇴’라 말했지만, 사실상 ‘연예계 퇴출’과 다름 없다.

조진웅(49·조원준)이 감춰왔던 ‘소년범 이력’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이틀 만에 은퇴를 발표, 21년 배우 생활에 불명예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를 말하는 그의 입장문에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이들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한 줄도 없었다.

조진웅은 과거 미성년 시절 저지른 중범죄 의혹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인 6일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저는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 입장문에서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하고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도 큰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본인의 행동이 대중에게 미친 영향과 팬들을 향한 사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논란이 불거진 당일 소속사가 소년범 이력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 역시, 피해자를 배려하기보다는 사태의 확산을 막고 본인의 평판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은 그가 오랜 시간 인기를 누리면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의 은퇴는 ‘자발적 책임이 아닌,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데 따른 도피성 선택’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진웅의 불명예 은퇴 선언은 그가 참여했던 수많은 작품과 동료 연기자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김혜수, 이제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던 내년 방영 예정인 tvN 새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은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방송사 측은 그의 하차와 더불어 대대적인 각본 수정 및 재촬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나,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투입된 수많은 제작비와 시간이 허비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7일 밤 방영하는 SBS 시사 교양 ‘갱단과의 전쟁’도 날벼락을 맞았다. ‘갱단과의 전쟁’은 내외 수사기관을 오랜 기간 밀착 취재해 갱단과 맞서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4부작 르포 프로그램으로, 조진웅이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SBS는 “관련 조치를 취해 1부를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지난 5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조진웅이 고등학교 시절 강도 및 강간 등 중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매체는 성인이 된 후인 지난 2003년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도 받았고, 음주운전 전과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