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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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이수진 기자] 배진아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한 무대로 노래가 기억을 깨우는 순간을 만들었다.

17일 방송된 MBN 리얼리티 뮤직쇼 ‘언포게터블 듀엣’ 7회에는 14년 차 트로트 가수 배진아와 1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78세 어머니 안민순 씨가 출연했다. 메모리 싱어로 무대에 오른 윤민수는 “주변에도 치매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 이 무대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

배진아는 어머니의 치매 초기 증상을 떠올리며 “냄새를 못 맡아 상한 음식을 드시고 응급실에 가는 일이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고향 마산에서 10년간 모시며 돌봤다고 전하며, 질문과 대화를 멈추지 않고 기억을 붙잡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기억버스를 타고 떠난 추억 여행에서 어머니는 진주 남강다리와 6·25 전쟁 당시의 기억을 꺼내 놓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시절 유일한 선생님이었던 큰오빠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예순이 넘어 공부를 시작해 대학 진학까지 꿈꿨지만, 치매로 인해 그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깊은 안타까움을 남겼다.

기억은 과거로 갈수록 또렷해졌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러브스토리를 생생하게 들려줬지만, 폐암 말기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간병하던 힘겨운 시간은 기억에서 사라져 있었다. 남편의 사진 앞에서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의 모습에 스튜디오는 숙연해졌고, 조혜련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기억은 딸을 향한 마음이었다. 전자제품 부업으로 2년간 모은 돈으로 딸에게 피아노를 사줬던 이야기와, 바쁜 생계 속에서도 남긴 일기장 속 글은 모든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추억 여행을 마친 어머니는 “오늘을 꼭 기억할게요”라고 말했지만, 곧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렸고 조혜련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라며 오열했다.

어머니의 인생곡은 나훈아의 ‘울고 넘는 박달재’, 가곡 ‘바위고개’, 그리고 고향을 그리는 ‘가고파’였다. 첫 곡은 가사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바위고개’에서는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불렀고, ‘가고파’에서는 음정과 박자까지 정확히 맞추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노래를 마친 뒤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전했다.

배진아와 어머니가 선택한 듀엣곡 역시 ‘가고파’였다. 어머니는 고향을 향한 마음을 담아 완주했고, 무대를 지켜보던 조혜련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효정은 “음악 영화에서 볼 것 같은 감동”이라며 여운을 전했다.

이어 윤민수는 ‘엄마’를 열창했고, 배진아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이 늘 엄마께 하고 싶은 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장윤정은 “엄마라는 이름은 가장 따뜻한 단어”라며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언포게터블 듀엣’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20분 MBN에서 방송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