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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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영화계에 유례없는 ‘기억 조작’ 열풍이 불고 있다. 가상의 90년대 인기 혼성 그룹을 소재로 한 영화 ‘와일드 씽’이 그 중심에 섰다.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는 단순 예고편 공개를 넘어, 극 중 그룹을 현실로 끌어낸 파격 프로모션으로 예비 관객의 기억 마저 조작하는 ‘과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와일드 씽’은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휩쓸다 해체된 3인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를 꿈꾼다는 서사를 품고 있다. 이에 맞물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트라이앵글의 노래 ‘러브 이즈’(Love Is) 음원 및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4:3 화면 비율과 거친 화질, 과장된 카메라 워킹 등 1990년대 특유의 연출 코드를 집요하게 복원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의 다소 촌스럽지만 열정적인 스타일링을 더하며 예비 관객 사이에선 “광기 어린 고증”이라는 호평마저 얻고 있다. “있지도 않았던 추억이 떠오른다”는 재치넘치는 대중 반응과 함께, 영상은 공개 2주 만에 230만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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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모션의 핵심은 관객을 ‘팬덤’으로 전환시키고자하는데 있다. ‘와일드 씽’ 측은 실제 아이돌 마케팅 문법을 참고, 나무위키에 그룹 프로필과 활동 이력을 구축하거나 SNS 계정을 통해 트라이앵글의 연습 영상 및 일상 또한 공유하는 등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하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젊은 세대의 ‘세계관 놀이’ 문화와도 교집합을 이루며 폭발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는 “20년을 기다린 컴백”이라며 자발적으로 팬 계정까지 만들어 영화의 서사에 동참하는 이례적 행보 또한 보이고 있다.

‘와일드 씽’의 사례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시대에서 관객이 기꺼이 속아주는 경험을 설계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보여주고도 있다.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친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똑똑한 프로모션이 실제 극장 흥행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