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프리먼(65)의 생전 모습. 클라세리 사설 자연보호구역 인스타그램 갈무리

게리 프리먼(65)의 생전 모습. 클라세리 사설 자연보호구역 인스타그램 갈무리


평소 야생동물 보호를 강조하며 코끼리 살상을 거부해 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명 사파리 보호구역 대표가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18일(현지 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남아공 클라세리 사파리의 주인 게리 프리먼(65)은 지난 9일 리포포 주 크루거 국립공원 인근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던 중 코끼리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당시 프리먼은 관광객 4명을 이끌고 도보 여행을 지도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6t 무게의 수컷 코끼리가 일행을 향해 돌진했고, 프리먼은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그러나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결국 프리먼은 큰 부상을 입었으며, 관광객들이 그를 차량으로 옮겼으나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 인근에 있던 관계자는 “프리먼은 코끼리의 돌진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았다”며 “6t 무게의 성난 코끼리를 멈추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인들은 프리먼이 생전에 “코끼리를 쏘느니 차라리 코끼리에게 죽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회고했다.


● 자연과 하나 된 ‘베테랑 가이드’의 마지막


프리먼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33년 동안 ‘게리 프리먼 사파리’를 운영해 온 동물 전문가였다. 180cm가 넘는 큰 키 덕분에 현지어로 기린을 뜻하는 ‘투트와’라고 불리며 동료와 관광객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1969년 36명의 농장주가 합심해 남아공 최대 규모의 ‘빅 파이브’ 사파리를 만들 때부터 공동 소유주로 참여하며 야생동물 보호에 헌신해 왔다. ‘빅 파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육지 동물로 알려진 코끼리, 코뿔소, 사자, 물소, 표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세계 코끼리의 날을 맞아 2025년 8월 9일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코끼리들이 풀을 뜯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한 코끼리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 코끼리의 날을 맞아 2025년 8월 9일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코끼리들이 풀을 뜯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한 코끼리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훌라니 마샤바 경찰 대변인은 “보호구역 소유주인 고인이 관광 투어 중 차량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다 공격을 받았다”며 “총기를 실제 사용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은 전문가들을 소집해 사고를 일으킨 코끼리의 행동을 분석할 계획이다.

수컷 코끼리는 최대 몸무게가 6t에 달하며 아프리카 전역에서 매년 최대 500명의 인명 피해를 내는 위험한 동물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에도 잠비아 사우스 루앙와 국립공원에서 도보 여행을 하던 관광객 2명이 코끼리의 공격으로 숨졌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