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뿌리’가 조금은 단단해졌구나!”
연기자 홍승희(24)가 첫 주연 드라마인 tvN ‘나빌레라’를 마치자마자 한 생각이다.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7개월 동안 공을 들인 드라마가 지난달 27일 종영하는 순간에는 울컥 눈물이 날 뻔도 했다. “내가 감히 이런 드라마에 함께 할 수 있었다니” 싶어서다.
데뷔 3년 만에 맞은 주연의 기회이기도 했지만, 드라마의 의미가 더욱 더 남달랐다. ‘나빌레라’는 70대의 나이에 발레에 도전하는 전직 우체부 박인환과 슬럼프에 빠진 20대 발레리노 송강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박인환의 손녀 은호로 등장한 홍승희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나 또한 다시 한번 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아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나 홍승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대선배’ 박인환·나문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제가 그동안 화면으로만 뵈었던 분들과 한 앵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돈 주고도 못 얻을 경험이라 생각해요. 직접 대사를 나누는 게 영광이었죠. 가끔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랬다니까요. 두 분께서는 조언보다는 걱정을 엄청나게 해주셨어요. ‘바닥 안 차갑니?’ ‘안 춥니?’ ‘담요 덮어라’란 소리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정말 ‘스윗’하신 분들이죠?”
-극중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로 출연했다.
“많은 분들이 ‘나와 똑같다’는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어떤 한 시청자로부터 SNS로 ‘현재 고민에 힌트를 주는 대사들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어요. 저까지 몽글거리는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느껴주시고, 따뜻한 밤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곧장 답장을 드렸답니다.”
-드라마가 어떤 영향을 끼쳤나.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사실 저도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 못 돼요. 스스로 채찍질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나빌레라’를 촬영하고, 많은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면서 힘을 받았어요. 늘 흔들리던 뿌리가 조금은 두꺼워진 느낌이 들어요.”
-은호와 같이 고군분투 중인 20대 청춘들에게 바치고 싶은 대사는?
“은호가 채록(송강)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어쩌면 행복이란 게 그렇게 소소하고 구체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무슨 뜬구름 잡는 게 아니라.’ 제 마음속 ‘원 픽’인 장면이에요. 다른 대사들에 끼어있는 한 마디였는데 확 와 닿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행복을 맞이하지 못하면 ‘난 행복하지 않아’라고 오해하곤 하잖아요. 작고 소소한 행복도 분명히 있는데요. 혹시나 지금 내가 그러고 있지 않나 싶을 때마다 꺼내 보셨으면 좋겠어요. 팍팍한 삶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저도 하고 싶은 걸 한참이나 고민한 은호와 비슷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부모님 앞에서 진로 희망서를 붙잡고 ‘나 뭐 먹고 살지?’하면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엄마가 ‘연기해 보지 않을래?’라고 물으셨어요. ‘말도 안 되는 말을 왜 해!’라고 또 울었지만, 그게 제 연기의 시작이었어요. 하하하!”
-상상도 못 했던 연기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속는 셈 치고 청강한 연기학원 수업이 저를 바꿔놨죠. 단순히 대사를 주고받는 자체가 너무나 새로웠어요. 점점 흥미가 생기고,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말한 것에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1년여 간 고향인 온양에서 서울까지 매일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한끝에 수원대 연극영화과 16학번으로 입학했어요.”
-불안함은 여전히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버티기는 쉽지 않아요. 최근까지 엄마랑 통화하면서 울기도 했고요. 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부담감이에요. 저를 좀먹는 생각인 걸 알면서도 ‘왜 이것밖에 안 되지’하며 자책하곤 해요. 그럴 땐 의식적으로 ‘그만!’하고 외쳐요. 그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카페에서 달달한 초코 케이크를 사 먹고, 공원을 걷죠. 소소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14일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주연으로 돌아온다.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요. 따뜻한 내용이라 저도 기대가 많이 돼요. 연달아 주연 드라마를 내놓게 돼 ‘출발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하고 영광이에요. 보시는 분들이 ‘나쁘지 않은 친구네’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일이에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후회 없는 삶을 보낸 사람. 해나가는 선택을 돌아볼 때 후회가 안 남도록 살고 싶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연기자 홍승희(24)가 첫 주연 드라마인 tvN ‘나빌레라’를 마치자마자 한 생각이다.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7개월 동안 공을 들인 드라마가 지난달 27일 종영하는 순간에는 울컥 눈물이 날 뻔도 했다. “내가 감히 이런 드라마에 함께 할 수 있었다니” 싶어서다.
데뷔 3년 만에 맞은 주연의 기회이기도 했지만, 드라마의 의미가 더욱 더 남달랐다. ‘나빌레라’는 70대의 나이에 발레에 도전하는 전직 우체부 박인환과 슬럼프에 빠진 20대 발레리노 송강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박인환의 손녀 은호로 등장한 홍승희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나 또한 다시 한번 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아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나 홍승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대선배’ 박인환·나문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제가 그동안 화면으로만 뵈었던 분들과 한 앵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돈 주고도 못 얻을 경험이라 생각해요. 직접 대사를 나누는 게 영광이었죠. 가끔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랬다니까요. 두 분께서는 조언보다는 걱정을 엄청나게 해주셨어요. ‘바닥 안 차갑니?’ ‘안 춥니?’ ‘담요 덮어라’란 소리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정말 ‘스윗’하신 분들이죠?”
-극중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로 출연했다.
“많은 분들이 ‘나와 똑같다’는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어떤 한 시청자로부터 SNS로 ‘현재 고민에 힌트를 주는 대사들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어요. 저까지 몽글거리는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느껴주시고, 따뜻한 밤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곧장 답장을 드렸답니다.”
-드라마가 어떤 영향을 끼쳤나.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사실 저도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 못 돼요. 스스로 채찍질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나빌레라’를 촬영하고, 많은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면서 힘을 받았어요. 늘 흔들리던 뿌리가 조금은 두꺼워진 느낌이 들어요.”
-은호와 같이 고군분투 중인 20대 청춘들에게 바치고 싶은 대사는?
“은호가 채록(송강)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어쩌면 행복이란 게 그렇게 소소하고 구체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무슨 뜬구름 잡는 게 아니라.’ 제 마음속 ‘원 픽’인 장면이에요. 다른 대사들에 끼어있는 한 마디였는데 확 와 닿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행복을 맞이하지 못하면 ‘난 행복하지 않아’라고 오해하곤 하잖아요. 작고 소소한 행복도 분명히 있는데요. 혹시나 지금 내가 그러고 있지 않나 싶을 때마다 꺼내 보셨으면 좋겠어요. 팍팍한 삶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저도 하고 싶은 걸 한참이나 고민한 은호와 비슷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부모님 앞에서 진로 희망서를 붙잡고 ‘나 뭐 먹고 살지?’하면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엄마가 ‘연기해 보지 않을래?’라고 물으셨어요. ‘말도 안 되는 말을 왜 해!’라고 또 울었지만, 그게 제 연기의 시작이었어요. 하하하!”
-상상도 못 했던 연기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속는 셈 치고 청강한 연기학원 수업이 저를 바꿔놨죠. 단순히 대사를 주고받는 자체가 너무나 새로웠어요. 점점 흥미가 생기고,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말한 것에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1년여 간 고향인 온양에서 서울까지 매일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한끝에 수원대 연극영화과 16학번으로 입학했어요.”
-불안함은 여전히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버티기는 쉽지 않아요. 최근까지 엄마랑 통화하면서 울기도 했고요. 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부담감이에요. 저를 좀먹는 생각인 걸 알면서도 ‘왜 이것밖에 안 되지’하며 자책하곤 해요. 그럴 땐 의식적으로 ‘그만!’하고 외쳐요. 그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카페에서 달달한 초코 케이크를 사 먹고, 공원을 걷죠. 소소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14일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주연으로 돌아온다.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요. 따뜻한 내용이라 저도 기대가 많이 돼요. 연달아 주연 드라마를 내놓게 돼 ‘출발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하고 영광이에요. 보시는 분들이 ‘나쁘지 않은 친구네’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일이에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후회 없는 삶을 보낸 사람. 해나가는 선택을 돌아볼 때 후회가 안 남도록 살고 싶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