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내 안의 코믹 본능은 어쩌란 말인가요?” [인터뷰]

입력 2021-11-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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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의 주연으로 많은 시청자 시선 속에 막을 내린 이상윤. 차분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마치 ‘트레이드 마크’인 듯하지만, 정작 그는 ‘코믹 본능’이 강하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17.8% 시청률로 막내린 ‘원더우먼’의 이상윤, 멋진 연기에도 아쉽다는 한가지

세 번의 코미디서 한 번도 못웃겨
코믹 상황서 진중…몸이 근질거려
망가져도 OK…시트콤 할까봐요
하늬씨 김창완 선배와 서울대 동문
엄친아 굴레도 내가 넘어야 할 몫
‘서울대 출신 연예계 대표 엄친아’.

연기자 이상윤(40)에게 14년째 따라붙는 ‘수식어’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인 때문일까. 2007년 영화 ‘색즉시공2’로 데뷔해 줄곧 냉철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선보여온 그는 6일 종영한 SBS 드라마 ‘원더우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중 검사 이하늬가 재벌가의 악행을 시원하게 ‘빵빵’ 터뜨릴 동안 조력자인 그는 “오로지 ‘멋짐’을 연기”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17.8%(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음속에는 딱 하나 아쉬움이 남았다.

“제 안의 코믹 본능, 언제 펼칠 수 있는 건가요?”

“코미디 앞에 서면 몸이 근질”
데뷔작 ‘색즉시공2’와 지난해 영화 ‘오케이 마담’ 등 코미디 장르에 출연했지만, 이상윤은 “한 번도 웃겨본 적이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원더우먼’은 이하늬 씨가 제대로 날아다닌 덕분에 사랑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를 받쳐주는 데 최선을 다했죠. 온통 코믹한 상황 속에서 저만은 진중해야 했어요. 몸이 근질거려 혼났답니다. 다음엔 시트콤을 해볼까 봐요. 망가지는 역할도 자신 있거든요!”

카메라 밖에서도 실제로 에너지 넘치는 이하늬에 대해 “정말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식 한 번 못했지만 “그가 현장에서 모두를 아우른 덕분에 내내 화기애애했다”고 돌이켰다.

“(이)하늬 씨는 정말 성격이 화끈해 빠르게 친해졌어요. 하늬 씨와 저, 극중 재벌그룹 법무팀장 역 김창완 선배가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대 동문이에요. 저희끼리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 만든 드라마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겠지’라며 재미있어 했어요.”

“‘엄친아’ 이미지 깨는 건 제 숙제”
2000년 대학 입학 후 공부에만 매달리던 이상윤의 인생을 바꾼 건 26살 무렵 길거리에서 받은 모델 제의였다.

“시력이 나빠 알이 두터운 안경을 쓰다 라식수술을 한 지 얼마 안돼 곧바로 ‘길거리 캐스팅’됐어요.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내겐 안 맞다’ 생각했죠. 하하하! 하도 못해 연기학원에서 대사 한 마디를 한 달 넘게 연습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다 문득, 연기하는 나를 숨죽여 바라보던 친구들의 시선에 희열을 느꼈어요. 그날 ‘연기 계속 하자’고 결심했죠.”

그는 “학력으로 받은 관심에 그칠까봐 더 열심히 했다”면서 “요즘에는 연기자로서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엄친아’ 이미지가 굴레처럼 느껴진 적도 있지만, 그건 제가 깨야할 몫이에요. 더 노력해야죠. 뒤처지면 ‘거 봐!’ 하는 시선이 나올 테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착하게 사는 게 저만의 ‘경쟁력’인 걸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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