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서울의 봄’ 비굴한 군인상, ‘노량’ 보고 울분 푸시길”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12-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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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 “‘서울의 봄’ 비굴한 군인상, ‘노량’ 보고 울분 푸시길” (종합)[DA:인터뷰]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에 마침표를 찍은 소감을 밝혔다.

흰 눈이 소복이 내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의 매체 인터뷰가 진행됐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2014년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지난해 726만명이 관람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김 감독은 구상 단계부터 10년 넘게 함께해온 ‘이순신 3부작’을 마치는 심경으로 “장군님의 워딩을 빌리자면 실로 천행이었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2021~2022년에는 코로나가 있었다. 개봉 위기에 촬영 위기도 있었으나 돌이켜보면 이렇게 찍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감개무량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떨리고 긴장된 마음이 크다. 3부작을 정리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고 홀가분한 지점도 있는데 잘 모르겠다. ‘끝나는 구나’ 싶어서 안도감도 느낀다”고 고백했다.


앞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지난 8일 진행된 영화 ‘듄: 파트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듄’의 파트3 등 후속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내 정신적 건강을 위해 다른 영화 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던 바. 10년 넘게 오롯이 이순신 장군만 바라본 김 감독에게 어려운 순간은 없었을까. 김 감독은 “불굴의 의지로 천착한 건 아닌 것 같고 자연스러웠다. 각각의 해전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흔들린 건 없고 ‘어떻게 돌파해나갈까’ 생각한 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신 3부작’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마지막 전투에 임했는지, 다들 끝났다고 하는 마당에도 왜 치열하게 전투를 수행하려 했는지 그 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만드는 의미가 있었다”면서 “나는 완전한 종결, 완전한 항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창조적 결론은 아니고 이순신 장군의 어록과 기록을 살폈을 때 물씬 풍겨 나오는 지점에서 추출한 것이다. 그 결론을 가지고 ‘노량: 죽음의 바다’를 이야기하면 장군님께 누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100분의 해전도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맡아 앞선 시리즈의 최민식, 박해일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김 감독은 “‘명량’에서는 모두가 두려움에 빠져있을 때 용기로 바꾸는 용맹한 장수로서의 이순신에 적합한 배우로 최민식을 캐스팅했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수세에 빠진 시기에 치른 한산도 대첩을 지략과 전략 전술을 가지고 지휘했던 이순신 장군, 냉철한 지략과 전략에 능한 이순신을 박해일로 특징지어서 내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노량의 이순신은 가장 지혜로우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어떻게 이 전쟁을 종결해야 할 것인지 유일하게 고민했던 존재였다. 거기에 맞게 문무를 겸비한 느낌의 아우라를 가진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명량’ 당시에는 기술적으로도 자본적으로도 노하우에서도 불가능했던 부분들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원활하게 구현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밤에 벌어지는 해전 액션은 ‘명량’ 때는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 조선 수군의 함대와 왜군 함대와 명나라 함대들이 얽히고설키며 부딪히는 함대전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명량’과 ‘한산’을 거치면서 ‘노량’에서는 가능해졌다”며 “조명 설계에서도 과거에는 LED 조명이 많이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노량’ 때는 밤낮을 바꾸는 게 1분이면 가능했다. 짐벌의 설계와 배의 안전성도, CG적으로 풀어내는 기술도 성장했고 특히 물에 대한 R&D는 10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뤄내서 이제는 물에서 찍지 않아도 된다. 그런 지점에서 원없이 보여드린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를 삭제하는 초강수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대사도 연출도 흐름도 그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김 감독은 “새롭지도 않고 괜히 찍어서 득 될 게 없으니까, 실망감을 줄까봐 안 찍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찍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장군님의 한 마디가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지점이고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만드는 의미라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어떤 타이밍에 배치할지를 고민했다. 3부작을 마무리하는 측면에서 이순신 장군을 온전하게 보내드리는 작품이니까. 장례식에 붙였는데 생각지 못하게 깊은 여운이 남는 효과도 있더라”고 밝혔다.


‘이순신 3부작’은 끝났지만 김한민 감독의 임진왜란 이야기는 계속된다. 김 감독은 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 ‘7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의도치 않게 광해가 등장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쿠키 영상과도 연결되는 느낌. 김 감독은 쿠키 영상을 언급하며 “낮에도 비치는 대장별을 통해 관객들이 느끼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위정자들의 핵심인 세자 광해가 되뇌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쿠키 영상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대의를 확장하고 반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드라마 ‘7년 전쟁’을 예고하는 느낌이 됐다. 이순신 3부작에서 전쟁 액션을 다뤘다면 ‘7년 전쟁’은 정치외교사적 입장에서 그리는 작품이다. 이순신이 주연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누적관객수 900만을 돌파하며 ‘1000만’을 눈 앞에 둔 ‘서울의 봄’에 이어 20일 극장 개봉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가 위기에 빠진 시점이지만 연말에 ‘서울의 봄’의 배턴을 이어받아서 ‘노량: 죽음의 바다’가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며 “‘서울의 봄’에서 비굴하고 비겁하게 퇴화해버린 군인상을 아이러니 하게 보여준 게 재밌는 지점이지 않나.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시면서 위로와 울분을 푸시는 것도 좋은 관람의 방법”이라고 웃으며 농담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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