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리포트] 될 팀은 뭘해도 된다, 악재마저 날린 SSG의 놀라운 집중력

입력 2021-06-01 2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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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SG 랜더스

어떤 대형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상위권에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다. SSG 랜더스가 그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1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보여줬다.

SSG의 강점은 뒷심이다. 특히 위기를 극복한 뒤 다시 일어서는 능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7차례 역전승과 5회까지 뒤진 경기(7승13패·0.350), 7회까지 뒤진 경기(4승15패·0211) 승률 1위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도 경기 전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아들었다.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선발투수 박종훈이 팔꿈치 검진을 위해 2일 미국으로 출국하게 됐다. 이미 국내 병원에선 수술 소견을 받은 터라 장기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외국인투수 아티 르위키는 옆구리 부상에서 43일 만에 복귀하자마자 대흉근 염좌로 다시 4주간 이탈하게 됐다. 아무리 잘 나가는 팀이라도 선발로테이션의 두 축이 빠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3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전개다.

SSG 폰트. 사진제공|SSG 랜더스



그러나 SSG 선수들의 집중력은 남달랐다. 선발등판한 윌머 폰트는 7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9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단 한 명의 주자도 득점권에 보내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폰트가 이날과 같은 투구를 지속한다면, 박종훈과 르위키의 이탈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원형 SSG 감독도 7회까지 호투한 폰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

폰트에 이어 등판한 김상수는 8회초 1사 1·3루 위기에 직면했지만, 3루수 김찬형의 침착한 수비 덕에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그가 크게 포효하며 승리 의지를 불태우자 덕아웃 분위기도 한껏 고조됐다. 9회초 등판한 서진용은 단 7구로 삼성의 공격을 차단했다.

9회말 선두타자 추신수의 안타와 김찬형의 희생번트, 최주환의 고의4구로 맞은 1사 1·2루의 끝내기 기회. 김 감독은 정의윤 타석에서 고종욱을 대타로 내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0.176(34타수 6안타)에 불과했지만,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을 상대하기에 정의윤보다 낫다고 판단해 칼을 빼들었다. 결과는 끝내기 안타로 1-0 승리. 4연승(시즌 28승18패)으로 선두질주를 거듭하는 동시에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고종욱의 자신감까지 끌어올린 최상의 결과였다. 21연속경기 무자책점 행진을 펼치던 우규민에게는 시즌 첫 자책점과 패전을 안겼다.

김 감독은 “대타 (고)종욱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하고 있다. 이 기세를 잘 이어가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인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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