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1. 화약성분
조류에 밀려다닌 함체엔 없었지만
폭발 즉시 가라앉은 연돌에 잔류
증거2. 알루미늄
버블제트 유발 어뢰 알루미늄 튀어
파편 발견땐 신중, 재질 분석후 확신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연돌에서 화약 성분을 검출하고 수거한 알루미늄 조각이 어뢰의 파편이라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규명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천안함 좌현 아래쪽의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 충격으로 배가 두 동강 났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합조단은 이번에 화약 성분과 알루미늄 조각을 근거로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 어뢰가 국내에서 사용하는 어뢰가 아니라는 점도 밝혀냄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소행이라고 지목하는 데까지 규명 작업을 진척시켰다.》
○ 연돌에서 발견된 화약 성분
군 당국이 연돌에서 어뢰의 화약 성분을 검출한 것은 이달 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43점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화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적시했었다. 연돌은 침몰 29일째인 지난달 23일 최초 폭발지점에서 인양됐다. 원통형 구조인 연돌은 폭발과 함께 곧바로 가라앉은 탓에 조류에 밀려 떠내려간 함수나 함미보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 내부에 화약 성분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침몰 당시)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돌에서 화약 성분이 발견됐어도 승조원들은 화약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배 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더라도 냄새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배 안으로 냄새가 전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폭발 후 미세한 화약 성분이 배 안으로 들어왔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화약 냄새를 맡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뢰 파편으로 밝혀진 알루미늄 조각
그동안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천안함 내부와 침몰 해역에서 금속 파편만 찾아내면 누구의 소행인지 쉽게 드러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비파괴검사(NDT)를 통해 금속 성분을 분석 비교하면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천안함의 재질이 대부분 철이기 때문에 알루미늄 파편만 나오면 바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까지 했다.
군 당국은 무인 탐사정 등 최첨단 장비들을 총동원해 침몰 해역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서야 알루미늄 파편을 찾아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알루미늄 4조각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언론이 ‘알루미늄 조각=어뢰 파편’이라는 등식을 대입하려 하자 “천안함 함체에도 알루미늄 재질이 일부 있다. 더 확인해 봐야 한다”며 한발 빼기도 했다. 하지만 군 당국과 합조단은 결국 천안함 침몰 40여 일 만에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수거한 알루미늄 조각이 어뢰의 구성물”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함정이나 어뢰에 사용하는 알루미늄은 여러 가지 합금 재질이기 때문에 정밀 조사를 하면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버블제트를 일으키는 어뢰 가운데는 내부가 알루미늄 조각으로 구성된 것이 있다”며 “수중 폭발 때 이 알루미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합조단이 확보한 게 이 조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수중 폭발한 어뢰가 남기는 파편의 크기는 폭발력의 크기, 어뢰의 금속 재질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 알루미늄 조각에 대해 “한국 무기에는 쓰이지 않는 알루미늄 조각”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은 북한이 자체 생산했거나 제3국에서 수입한 어뢰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제 ‘Yu(魚)-3G’ 어뢰는 일부가 알루미늄 재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주목받는 한미 대응과 북-중 정상회담
한국과 미국은 합조단이 내린 이 같은 결론을 받아들여 북한을 천안함 어뢰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대응 수단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안건으로 올려 대북 제재 결의 등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북한 상선에 대한 제주해협 봉쇄나 개성공단 철수 같은 북한과의 교류 제한 등 대북 압박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 사건 해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공감대 아래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보조를 맞출 여지가 크다고 전망한다. 북한과의 전통적 우의를 과시하는 중국이 북한의 무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럴 경우 한미와 북-중의 대립구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조류에 밀려다닌 함체엔 없었지만
폭발 즉시 가라앉은 연돌에 잔류
증거2. 알루미늄
버블제트 유발 어뢰 알루미늄 튀어
파편 발견땐 신중, 재질 분석후 확신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연돌에서 화약 성분을 검출하고 수거한 알루미늄 조각이 어뢰의 파편이라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규명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천안함 좌현 아래쪽의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 충격으로 배가 두 동강 났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합조단은 이번에 화약 성분과 알루미늄 조각을 근거로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 어뢰가 국내에서 사용하는 어뢰가 아니라는 점도 밝혀냄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소행이라고 지목하는 데까지 규명 작업을 진척시켰다.》
군 당국이 연돌에서 어뢰의 화약 성분을 검출한 것은 이달 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43점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화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적시했었다. 연돌은 침몰 29일째인 지난달 23일 최초 폭발지점에서 인양됐다. 원통형 구조인 연돌은 폭발과 함께 곧바로 가라앉은 탓에 조류에 밀려 떠내려간 함수나 함미보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 내부에 화약 성분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침몰 당시)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돌에서 화약 성분이 발견됐어도 승조원들은 화약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배 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더라도 냄새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배 안으로 냄새가 전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폭발 후 미세한 화약 성분이 배 안으로 들어왔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화약 냄새를 맡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뢰 파편으로 밝혀진 알루미늄 조각
그동안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천안함 내부와 침몰 해역에서 금속 파편만 찾아내면 누구의 소행인지 쉽게 드러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비파괴검사(NDT)를 통해 금속 성분을 분석 비교하면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천안함의 재질이 대부분 철이기 때문에 알루미늄 파편만 나오면 바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까지 했다.
군 당국은 무인 탐사정 등 최첨단 장비들을 총동원해 침몰 해역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서야 알루미늄 파편을 찾아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알루미늄 4조각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언론이 ‘알루미늄 조각=어뢰 파편’이라는 등식을 대입하려 하자 “천안함 함체에도 알루미늄 재질이 일부 있다. 더 확인해 봐야 한다”며 한발 빼기도 했다. 하지만 군 당국과 합조단은 결국 천안함 침몰 40여 일 만에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수거한 알루미늄 조각이 어뢰의 구성물”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함정이나 어뢰에 사용하는 알루미늄은 여러 가지 합금 재질이기 때문에 정밀 조사를 하면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버블제트를 일으키는 어뢰 가운데는 내부가 알루미늄 조각으로 구성된 것이 있다”며 “수중 폭발 때 이 알루미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합조단이 확보한 게 이 조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수중 폭발한 어뢰가 남기는 파편의 크기는 폭발력의 크기, 어뢰의 금속 재질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 알루미늄 조각에 대해 “한국 무기에는 쓰이지 않는 알루미늄 조각”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은 북한이 자체 생산했거나 제3국에서 수입한 어뢰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제 ‘Yu(魚)-3G’ 어뢰는 일부가 알루미늄 재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주목받는 한미 대응과 북-중 정상회담
한국과 미국은 합조단이 내린 이 같은 결론을 받아들여 북한을 천안함 어뢰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대응 수단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안건으로 올려 대북 제재 결의 등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북한 상선에 대한 제주해협 봉쇄나 개성공단 철수 같은 북한과의 교류 제한 등 대북 압박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 사건 해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공감대 아래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보조를 맞출 여지가 크다고 전망한다. 북한과의 전통적 우의를 과시하는 중국이 북한의 무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럴 경우 한미와 북-중의 대립구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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