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의 조감도.    사진제공 | HD현대

KDDX의 조감도.  사진제공 | HD현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가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지난 1년간 오락가락 행정을 보인 방위사업청이 사업 지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사청은 KDDX 사업과 관련한 국회나 여론의 판도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면서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사청은 오는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심의한 뒤 30일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사업 추진 방식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KDDX 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사청은 ‘첨단 무기체계 신속 전력화’, ‘방위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방형 의사결정 체계’라는 기치가 무색할 만큼, KDDX 사업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려왔다. 방사청은 지난해 2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군사기밀 탈취와 관련해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심의했지만 부정당업체제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이후 HD현대중공업 측이 기존 관행에 따라 KDDX 사업의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하는 수의계약을 주장하자 이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의 ‘도덕성’ 논란이 불붙자 사업자 선정방식을 보류하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의 의원들이 ‘도덕성’ 논란을 문제삼자 방사청은 수의계약을 재검토하겠다며 눈치를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8월에는 두 업체 사이에서 ‘복수 방산업체 지정, 공동개발, 1·2번함 분할건조’ 방안을 제안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결국 업체 사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이후 방사청은 줄곧 ‘수의계약’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왔다.

방사청이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사청은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해왔던 관행을 앞세우며 수의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KDDX 사업이 복수 방산업체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2개 기업이 동시에 지정된 상황에서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이 원칙임에도 방사청이 수의계약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HD현대중공업에 KDDX 사업을 밀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방사청은 오는 24일 분과위를 앞두고도 민간위원들을 개별접촉하려는 시도로 빈축을 샀다. 방사청은 수의계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분과위 민간위원들을 개별접촉해 설득하려고 했지만,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민간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끝장토론’ 방식으로 수의계약 논리를 설득시키려고까지 했지만 여러가지를 고려해 취소한 것으로 안다”며 “방위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개방형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했다는 방사청이 계속 수의계약에 집착하며 공정성 논란을 부르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국가 중요사업이다. KDDX는 100%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구축함이기 때문에 해군 전력 강화는 물론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KDDX 사업은 현재 1년이나 사업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주체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