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부부 예능

입력 2022-10-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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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과 MBN ‘고딩엄빠2’(위쪽부터) 등이 부부관계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제공|MBC·MBN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과 MBN ‘고딩엄빠2’(위쪽부터) 등이 부부관계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제공|MBC·MBN

부부문제 갈등 다루는 ‘결혼지옥’‘고딩엄빠’ 등
부부간 거친 욕설·성적 트러블 자극적인 연출
불안해 하는 자녀들까지 방송에 노출 비판도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부부관계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결혼지옥)과 MBN ‘고딩엄빠2’ 등 일부 프로그램이 최근 출연자 부부의 욕설이 뒤섞인 격렬한 부부싸움 장면을 공개하거나 은밀한 부부간의 고민을 노골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같은 자극적인 연출 방식에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짚겠다는 본래 기획의도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 쏟아진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진행하는 ‘결혼지옥’에는 최근 일시적인 심리 상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부부들의 사연이 잇따라 등장했다. 34년간 외도를 일삼은 남편 때문에 고통 받는 70대 아내, 술을 마시고 서로에게 폭언하는 7년차 부부 등이다. 10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고딩엄빠2’는 16세에 첫 출산한 아이를 입양 보낸 후 18세에 또 임신해 가정을 꾸린 엄마, 피임 문제로 갈등을 빚는 20대 부부의 사연 등을 담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방송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해당 장면들이 각종 SNS와 맘카페 등에 나돌면서 각 프로그램은 “결혼 권장이 아닌 ‘비혼 조장’ 프로그램”이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0일 “심리 상담이 아닌 법적·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례까지 다뤄지면서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자극적 연출은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고 짚었다.

부부 갈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를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자녀들까지 방송에 노출돼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고우현 선임매니저는 “맥락을 제거한 채 아동의 정서적 충격을 연출하거나 사생활을 노출하는 장면이 짧은 영상으로 확대재생산될 위험이 크다”면서 “부모가 자녀의 출연에 동의했더라도 아동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이 개인정보의 주체로서 출연 동의 및 촬영 철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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