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로봇 연기→그리운 故 강수연…‘연니버스’ 신작 ‘정이’ (종합)[DA:현장]

입력 2023-01-12 1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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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로봇 연기→그리운 故 강수연…‘연니버스’ 신작 ‘정이’ (종합)[DA:현장]

영화 ‘부산행’ ‘반도’ ‘지옥’ 등 독특하고 신선한 세계관을 구축해온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가 열린다.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이’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김현주, 류경수가 참석했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또 다른 주연 배우 故 강수연은 현장 영상으로 소개돼 그리움을 안겼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현주, 류경수 그리고 故 강수연이 출연했다.

연 감독은 “주인공 윤정이라는 인물은 영웅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여러 이데올로기 속에 대상화된 존재로 살아온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본인을 둘러싸고 있던 이데올로기 속에서 완벽하게 해방이 되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 그 과정을 SF적 상상력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지옥’에 이어 연 감독과 재회한 김현주가 내전 중 수많은 작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전설의 아이콘 ‘정이’를 연기했다. ‘정이’는 크로노이드 연구소의 뇌복제 기술을 통해 A.I.로 개발되는 캐릭터다. 김현주와 함께 ‘지옥’에 출연했던 류경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의 전설로 남은 故 강수연이 ‘정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장이자 정이의 딸 ‘서현’을 열연했다.


김현주와 류경수는 신선한 소재에 끌려 ‘정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현주는 “전작 ‘지옥’ 때도 마찬가지로 내 안의 욕구나 욕망이 있었지만 그 전까지는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액션물을 감독님이 맡겨주셔서 의아했다. 감독님도 믿고 맡겨주시고, 여러분도 좋아해주셔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며 “‘정이’는 장르 자체도 희소성이 있다 보니 장르의 특별함만으로도 호기심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말했다. 류경수는 “소재가 너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하는 현장은 과정이 행복해서 즐겁게 출근했다. ‘정이’ 현장도 행복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반대로 연상호 감독은 왜 이들을 캐스팅했을까. 연 감독은 김현주의 잘생긴 비주얼이 ‘정이’ 그림체에 딱 맞았다면서 로봇을 표현하는 김현주의 연기력, 그의 뛰어난 액션 실력 등을 고려해 출연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류경수에 대해서는 “작품 속에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계를 잘하고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배우”라고 칭찬하며 그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현주는 “로봇을 연기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겁이 났다. 중간에 멈추는 연기는 과거에 해본 적도 없고 상상도 해본 적도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A.I.이자 실험대상일 때 연기와 사람처럼 보이는 연기를 구분해서 연기해야했는데 A.I.는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워야 하니까 감독님과 세세하게 이야기하면서 준비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액션에 대해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잘 아셔서 감독님이 맞게 해주신 것 같다. 전설의 용병과 이미지적으로 매칭이 적기 때문에 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수트로 몸이 커버되긴 하지만 절도 있고 힘이 넘치는 액션이기 때문에 체력도 근력도 키우려고 많이 운동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故 강수연에 대해서도 연 감독과 배우들이 대신 전했다. 연 감독은 강수연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정이 프로젝트 담당자이자 윤정이의 딸 서현”이라며 “과거에 이미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의 뇌를 복제해서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하고 영원한 영웅으로 만드려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이’는 처음에 영화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대본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SF 영화가 흔치 않고 예산도 적지 않게 들어갈 것 같아서 회의적인 면도 있었다”면서 “그러던 어느날 윤서현이라는 인물을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갑자기 강수연 선배가 생각났다. 그때부터 ‘정이’라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영화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 된 분”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을 통해 열정 넘치게 현장에 임한 강수연의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 속 강수연은 “연상호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한국적인 SF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정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애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현주는 강수연과 ‘정이’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지나가면서도 뵌 적이 없어서 ‘캐스팅이 말이 되나’ 생각했다. 처음에는 겁을 많이 냈다. ‘내가 그 분 눈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면서 “처음 뵌 날 선배님이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현장에서는 선배, 어른이 아니라 동료셨고, 진지하셨고 열정적이셨다. 현장 밖에서도 우리를 많이 챙겨주셨다.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류경수는 “강수연 선배가 연기한 서현과 만나는 것이 내 분량의 90% 이상이었다. 같이 연기하면서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존경을 표했다.

연 감독도 “까다로우실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현장을 좋아하시고, 후배 배우들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시더라. 모임을 많이 주선해주셨다.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학생 때 영화 좋아하는 동아리에서 모이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故 강수연의 유작, 김현주의 새로운 도전 등 필람 포인트가 차고 넘치는 ‘정이’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스포츠동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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